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10

찔레꽃 몇 년 전이었다. 추석도 지난 성묘길가엔 찔레 덤불이 무성했다. 어린 시절, 봄철 연한 찔레 순을 따먹던 기억이 새삼 스럽다. 촉촉하고 달착지근한 맛은 어려웠던 시절 들판에서 건질 수 있었던 아이들의 간식거리로 서의 몫도 해냈었던 같다. 찔레는 장미과에 속하는 관목으로 우리나라 야산에서 흔히 볼수 있는 나무이이지만 어릴적 부터 가까히 해 온 나무이기도 하다. 늦가을 된서리를 맞게 된 발그래 해진 열매는 달착지근해 진다. 그 열매를 ‘영실(營實)’이 라고 했던가. 연한 잎새는 나물로도 먹거나 뿌리나 줄기 또는 열매로 차를 다려 먹거나 갖가지 효능이 있는 한약재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그런 효용 가치 같은 것들에 마음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까칠한 열매 속에 박혀있는 자잘한 씨앗이 씹혀 혀끝이 깔깔하고 텁텁했던 기억도 있었지만 봄철 연한 순 을 잘라 먹던 일. 하얀 색도 있고 비칠 듯 말듯 아주 연한 분홍빛을 띄기도 했던 꽃들을 생각하며 떠올리는 지난 날들의 추억이 되살아 나기도 한다. 찔레나무 가시에 긇혀 팔과 다리에 상처를 입게 되더라도 마냥 즐겁 기만 했던 시절. 꽃에서 풍기는 냄새는 또 어땠었던가. 냄새가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꽃의 향 기를 느낄 수 있는 듯도 하고 없는 듯도 했다. 찔레 꽃은 ‘온화(溫和)’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지만 이것이 내 가 이 꽃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있으면서도 나타내지 않고 없는 듯 하면서도 상대방이 넌지시 느낄 수 있게도 해 주는 그런 점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흔하디 흔한 야생의 찔레 덤불. 연한 새 순을 온 몸에 가시로 무장하여 자기 자신을 스스로 지키려는 의지 까지 보이면서도 청순하고 온화한 꽃향을 함께 간직하고 있는 들 꽃. 우리네 정서와도 어울리는 푸른 생명이 아닐까. 숱한 사연들이 담긴 노랫말로도 널리 불려지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그런 생각들을 해가며 빨간 열매 몇 개를 따서 웃옷의 안 주머니에 넣었다. 캘리포니아의 기후에 맞을까 염려도 했었다. 싹이 텄다. 그게 벌서 삼 사 년이 지났다. 찔레의 가지는 살구나무, 신고 배 나무 가지에까지 걸쳐 있다. 가지 마디 마디마다 새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