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싶은 이야기
딸을 시집 보내는 날
최동갑 목사
지난 5월 11일 토요일, 둘째 딸 에이미가 결혼을 했다. 이제껏 수
많은 사람들의 결혼주례를 했지만, 결혼 당사자 아버지로서는 처
음(?) 결혼식에 참석을 한 것이다. 참으로 묘한 감정이었다.
에이미가 다니는 아틀란타 교회의 젊은 목사가 와서 주례를 하였
고, 결혼식장은 내가 보기에 창고(?)같은 그런 곳이었다. 별로 맘
에 들지 않았지만 그래도 결혼 당사자의 마음이 중요하니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왜 이렇게 멋진 교회를 놔두고 굳이 나가서 결
혼식을 하겠다고 하는지... 일단 소규모 초청자 중심, Invitation
Only 결혼식을 하다보니까 초대를 하고 싶은 많은 사람들을 초대
하지 못한 아쉬움이 컸지만, 그래도 미국의 결혼식이 신랑신부 중
심이라서, 자신들이 아는 사람들이 와서 진정으로 축하해주는 모
습을 보면서, 부모를 보고 오는 한국식 결혼식과는 다르구나 하
는 것을 실감했다.
결혼식이 있는 토요일 새벽, 예배를 마치고 기도를 하는데 이상하
게 눈물이 나서 참을 수가 없기에 일찍 기도를 마치고 내 방으로
왔는데도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평소에 눈물이 없고 사운드 오브
뮤직 같은 영화를 보면서도 잠을 잘 정도의 무감각한 사람이었는
데, 이상하게 억제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져 내리는 것이었다. 그
래서 목자모임에도 가지 못하고 혼자서 사무실에 있었는데, 집사
람이 내 방으로 들어오더니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면서, “아니 갑
자기 왜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나?” 하는 것이다. 워낙 냉정한 사
람이라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딸을 시집보내는
날, 아빠가 눈물을 흘리는데 왜 그러냐니, 무슨 일이냐니?... 아마
도 전혀 예상치 못한 내 모습을 보고 놀란 모양이다. 나중에 집에
올 때는 자신도 눈시울을 적시면서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다. 그래
도 30년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어찌 그런 아쉬운 감정이 없을 수
있겠나?! 모든 부모님들의 마음이 그렇지 않을까 하면서 우리도
예외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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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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