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Soonsam 2018 Spring | Page 5

하나님을 모르는 분들께

기다림

문서 선교부

작년 1월 제가 처음 랄리에 도착한 며칠 후 ,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한국에 비해 많지 않은 눈이었지

만 , 직장과 학교 모두 문을 닫고 , 마트에 생필품들이 떨어지는 모습은 매우 낯설었습니다 . 이 지역에 일 년에 한 번 정도 눈이 오기 때문에 다른 제설장비가 충분치 않아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도 너무나 신기했 습니다 . 그렇게 어른들은 뜻밖의 휴가로 인해 간만에 여유와 휴식을 즐겼고 , 아이들은 썰매를 타고 눈사람을 만 들며 노는 모습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
그리고 작년 11 월에 마트 한 구석에 있는 눈썰매를 발견했습니다 . 두꺼운 외투 없이 생활할 만큼의 따뜻한 날 씨였지만 , 기다렸다는 듯이 그 썰매를 구입했습니다 . 물론 바로 눈이 오지 않았습니다 . 꽤 오랜 시간 눈과는 전 혀 상관없는 따뜻한 햇살과 상쾌한 바람만 있었죠 . 한국에서 잠시 방문하신 어머니도 제 썰매를 보시며 딱히 쓸 날이 오지 않을 것 같은데 , 괜한 일을 벌인 것처럼 여기셨습니다 . 그러나 썰매를 탈 수 있다는 제 기대감은 전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그 기대감이 더 커졌습니다 . 그 이유는 이곳에 오래 사신 분으로 부터 매년 한 번은 꼭 눈이 온다는 사실을 들었기 때문이었죠 .
1 월 중순에 드디어 눈이 온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 어른들은 늘 하던 대로 마트에 가서 bread & milk 를 사며 , 그들만의 휴식을 준비했습니다 . 아이들도 눈을 기대하며 들떠 있었습니다 . 드디어 눈이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 그리고 그 눈은 최근에 이곳에 내린 눈 중에서도 가장 많은 적설량을 보이며 , 온 동네를 하얗게 뒤덮었습니다 . 사진으로만 보던 눈 쌓인 미국의 가정집들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평소에는 낙엽이 떨어져 앙상 하게 가지만 남겨져 있었지만 , 하얀 눈으로 옷 입은 나무들은 지금 이 순간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 쌓여가는 눈을 뚫고 학교 언덕에 가서 눈썰매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 성인이 된 이후로 처음 타는
눈썰매였음에도 , 어렸을 때의 추억을 회상하기에 충분했습니다 . 눈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을 포기하지 않고 기 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 그 보람은 또 다른 만족감이 되어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 일 년에 한 번 , 사용하는 횟수에 비해 유난히도 튼튼한 제 썰매는 내년에도 사용할 것이고 , 후년에도 그럴 것이며 , 앞으로 태어 날 제 아이들과도 함께 할 것 같습니다 .
크리스천들이 믿는 소망도 마찬가지입니다 . 하나님을 알아가며 , 예수님이 행하신 일들을 기억하며 , 그분의 가 르침을 따르는 크리스천들에겐 예수님의 다시 오심에 대한 소망이 마음에 있습니다 . 비록 1 년에 한 번 뿐이지 만 꼭 한 번은 눈이 오는 이 곳 랄리처럼 , 평생에 한 번뿐일 수도 있는 그 날을 위하여 기다림으로 살아가는 사 람들이 크리스천입니다 . 지나가는 시간을 단지 바라보며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기다림이 힘들고 지루하게 느껴 지지만 , 기다리는 그 순간을 위해 준비하며 기다리는 사람에게는 그 기다림이 기대되고 즐거우며 , 삶의 활력소 가 됩니다 . 어쩌면 그 기다림이 너무 길어 우리의 삶에서 끝나지 않고 내가 먼저 생을 마감할 수도 있습니다 . 그 러나 그 기다림은 우리의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바꿀 것이며 , 그러한 영향력이 우리의 자녀들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 이어져서 계속 전해질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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