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Soonsam 2018 Spring | Page 53

서 각자 의견을 얘기하면서 어떻게든 도움을 주려고 하지요 . ( 가장 큰 실제적인 도움은 역시 혜근 선생님의 손길이죠 .) 예 술은 깊은 고뇌와 고통 속에서 탄생한다는 말이 진리라는 것 을 체험하는 순간도 많답니다 . 그렇지만 , 우리 모두 공통적 으로 하는 말이 ‘ 무언가에 온 마음으로 집중할 수 있는 그 순 간 ’ 이 매우 행복하다는 거예요 . 그래서 미모 모임은 항상 행 복해요 . 완성된 그림들을 죽 늘어 놓고 함께 보고 있으면 마 치 갤러리에 와 있는 느낌이 들어 일상 탈출도 되니 행복은 배가 되지요 .
우리는 한번 미모 모임에 들어갔다가 그 매력에서 헤어나오 지 못하고 있는데요 ,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답니다 .
첫째는 당연히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아서예요 . 그림 그리는 것뿐 아니라 서로의 그림을 감상하고 감탄하는 게 정말 재 미있어요 . 내 그림을 보고 ‘ 우와 ’ 감탄하는 소리를 들을 때면 유명 화가가 부럽지 않아요 . 그 감탄사가 또 듣고 싶어서 힘 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 , ‘ 난 실력이 안 되나 봐 ’ 하면서 좌절 할 뻔할 때도 다시 ‘ 으쌰으쌰 ’ 힘내서 열심히 그리게 되지요 . ( 모든 그림이 다 예쁘고 멋져서 감탄사는 저절로 뿜어져 나 오게 되네요 . 절대 일부러 , 억지로 하는 거 아닙니다 . 마음에 서 막 우러나와요 . 감탄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과장된 몸짓도 막 그냥 돼요 . 왜냐면 ‘ 진심 ’ 이니까요 .)
둘째는 그림을 통해 나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고 서로를 알아 가게 되는 체험이 좋아서예요 . 신기하게도 그리려고 선택하 는 소재도 각자 비슷한 듯 다르고 , 표현 방법이나 색깔 선택 하는 취향도 닮은 듯 달라서 두 명이 똑같은 그림을 보고 그 려도 다른 그림이 탄생해요 . 딱 보면 ‘ 아 이건 S언니 그림이 구나 , 이건 N언니 그림이구나 ’ 를 알아차리게 되죠 . 어스름 한 저녁의 쓸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S언니의 그림은 차분 한 것이 딱 해질 무렵 같고 , 밝고 환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N 언니의 그림은 딱 생동감 넘치는 아침 느낌이에요 . 저는 제 가 평소에 꽃을 사는 돈은 아깝고 꽃무늬는 촌스럽다고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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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꽃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 웬걸 , 제 그림 은 온통 꽃이랍니다 . 이젠 캔버스에 종류별로 꽃 한 송이만 크게 그리고 있어요 . 내가 이렇게 꽃을 좋아했나 의문이 들 지만 , 꽃 그리는 게 젤 재미있어요 . 우리 집에는 데이지 , 카 라 , 튤립 , 나팔꽃 , 이름 모를 꽃 그림들이 여기저기 걸려 있어 요 . 요즘에는 꽃만 보면 어떻게 그릴까 고민하고 , 도서관에 서 꽃 관련 책들을 빌려와서 들여다 보고 있어요 . 예쁜 꽃 그 림을 보면 막 그리고 싶어서 안달이 나요 . 하지만 아직 실력 이 안 돼서 입맛만 다시고 있지요 . 계속 연습해서 언젠가는 꽃 그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매우 높은 목표까지 생겨 버 렸어요 . 정말 전혀 몰랐던 내 안의 나를 발견한 느낌이에요 .
셋째 , 이 모임에서 우리는 순식간에 언니 , 동생 , 친구가 되어 버렸다는 겁니다 . 살뜰하게 챙겨주고 마음 써주는 회원 분들 의 그 따뜻한 마음에 감동해서 눈물까지 흘린 분들도 있어 요 . 이 먼 외국에 뚝 떨어져 나와 있다는 막막함이나 외로움 이 그 눈물에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을 보고 저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어요 . 그곳에 가면 마음이 통하 고 끝없이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삶의 위안 이 돼요 . 참 특별하고 귀한 모임이죠 ?
넷째는 실생활에서도 서로 도움을 주고 받고 있다는 거예 요 . 지금까지 우리는 한 번의 전시회 ( Apex Art Center ), 두 번의 팟럭 파티를 했고 가래떡과 만두를 공동구매하기도 했 어요 . 앞으로도 더 많은 전시회 , 파티 , 공동구매가 예상됩니 다 . 제 일생에 그림을 갤러리에 전시하다니 , 꿈에도 상상 못 한 일이었어요 . 갤러리에 걸린 제 그림을 보면서 세상에 못 이룰 일은 없는 것처럼 느꼈어요 . 부끄럽기도 하고 쑥스럽기 도 한 전시였지만 소중한 추억이 되어 앞으로의 삶에 용기 를 줄 것 같아요 .
다섯째는 이 모임에서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되기 때문이에요 . 계획으로는 빵도 굽고 떡도 만들고 또 다른 공 예도 함께 해보려고 해요 . 회원들 중에는 여기 저기 다른 분 야에 뛰어난 솜씨를 갖고 있는 분들이 있어서 , 서로 가르치 고 배우면서 더 알차고 의미 있는 모임으로 만들어 가려고 합니다 . 이렇게 즐겁고 행복한 모임이니 헤어나오지 못하는 건 당연하겠죠 ? 어떤 이유로든 , 어떤 목적을 갖고 오든 그림 과 사람과 대화 , 커피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꼭 한번 와보세 요 . 우리 ‘ 미모 ’ 의 여인들은 열린 마음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 께 하길 기다리고 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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