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Soonsam 2018 Fall | Page 4

가을을 열며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문서 선교부 자연이 옷을 갈아입는 가을의 첫 자락에서 지난여름 무더웠던 삶의 무게를 맑은 가을 하늘에 흔적 없이 털어 올리 고 싶습니다. 그러나 이 땅에서의 인생은 언제나 염려의 연속인 듯 합니다. 지나온 날들의 눈물과 불확실하게 다 가올 미래의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소중한 오늘은 늘 저당 잡혀 있습니다. 세상의 숨 가쁜 변화는 이전에 상상할 수 없는 편안함을 소유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많은 일상의 자동화로 사람 이 할 일들을 이제는 여러 기능을 가진 기계가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더욱 바빠지는 걸까요? 바로 그 편안함을 사기 위해서는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그 편안함을 사기 위해 우리는 매일 바쁘고… 지치고… 그 리고 피곤합니다. 이제 거의 세상 어느 곳에 있든지 메시지로 소식을 바로 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날로그 시대와는 달리 다양 한 방법을 통해 광범위한 인맥들을 갖고 친구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이전보다 더 많은 사람이 우울증에 시달리고 외로워 하고 있는 걸까요? 왠지 알지 못하는 어떤 세력에 조금씩 조금씩 잠식당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세상에서는 ‘성공’이라는 목표를 향해 전력 질주하게 만듭니다. 나의 목적을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잘나야 하고 더 멋진 스펙을 쌓아야 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자녀들의 유아 시절부터 준비를 시킵니다. 그렇게 세상이라는 우 리 안에서 부모라는 조련사로부터 세상의 가치관으로 훈련되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은 가시적인 성공을 거머쥔 괴물로 변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성공한 그들은 물질로 ‘편안함’은 살 수 있을지라도 마음의 ‘평안함’은 잃어 버리고 있겠지요. 자칫 문명의 소음으로 인해 묻혀버릴 뻔한, 늦은 밤 가볍게 내리는 가을비가 부드럽게 귓가를 자극합니다. 내일 아 침 지금 내리는 비로 말미암아 푸른 잎들은 더 푸르름으로 자신을 만드신 이에게 감사할 것입니다. 바쁜 오늘 일상 의 한 언저리에 쉼표를 찍고 아름다운 여백을 그려내고 싶습니다. 그리고 손가락 끝이 아닌 펜 끝으로 편지를 써 봅니다. 이 가을에 편지를, 이 세상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시는 나의 사랑… 그분에게! 4 순례자의 샘터 www.soonsa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