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Winter | Page 52

한국어 교육 칼럼

한류 [ 韓流 ] 그리고 격세지감 [ 隔世之感 ]

박사라 사모

이제 막 중학생이 되었을 무렵이었습니다 . 교회에서 중

등부 전도사님이 저에게 다가와 이렇게 물으셨습니 다 . “ 사라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 어릴 적에 저는 하고 싶 은 일이 아주 많았는데 , 뭔가 국제적인 일을 하고 싶었고 , 주 위에서 발표를 잘한다고 하니까 말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습 니다 . 그래서 그나마 좁혀진 것이 국제변호사 , 외국인들을 가르치는 한국어 교사 , 그리고 기자나 아나운서가 되어 해외 특파원으로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 그런데 , 저의 대답을 들 으신 전도사님은 고개를 갸우뚱 하시더니 , “ 한국어 교사는 좀 그렇다 .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들이 과연 얼마나 있을 까 ?” 라며 의아해 하셨습니다 .
돌이켜보면 그 시절은 정말 그랬습니다 . 길거리에 외국인이 지나가기만 해도 다들 흘끔흘끔 쳐다보곤 했고 , 심지어 외국 과일인 바나나조차도 귀했으니까요 . 그나마 88 올림픽을 치 른 후라 , 조금 나아진 상황이었지만 , 그래도 그 당시에 ‘ 국어 교사 ’ 가 아닌 ‘ 한국어 교사 ’ 라는 직업은 참으로 생소한 것이 었습니다 .
많은 시간이 흐른 후 , 저는 그 사실을 까맣게 잊은 채 ‘ 외국 어로서의 한국어교육 ’ 을 전공하게 되었습니다 . 전공 수업 마 지막 날 , 교수님께서 졸업하는 감회가 어떠냐고 물으셨습니 다 . 그 때 , 문득 학창시절에 그 전도사님께서 하셨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 ‘ 그 땐 , 우리 나라가 그토록 인지도가 낮았구 나 . 그러면 과연 지금은 어떨까 ?’ 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가 곧 마음이 흥분으로 가득 차 올랐습니다 . 젊은 전도사님 과 꿈 많은 중학생이었던 제가 대화 나누었을 당시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현재 , 전세계에서 벌어지고 있었기 때 문입니다 . 그것은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국대중문화 열풍인 “ 한류 ” 였습니다 .
저는 캄보디아에서 지내면서 그러한 부분을 적지않게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 캄보디아에서는 까페나 음식점에서 한국 가요를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습니다 . 무더운 지역이라 문 이란 문은 활짝 열어놓고 모여 앉아 한국 드라마를 시청하 는 가족들의 모습도 자주 목격합니다 . 캄보디아 학생들은 한국 가수나 배우의 이름을 저보다 많이 알고 있을 정로입 니다 . 때때로 어디서 왔는지 모를 한글이 크게 적힌 찜질방 이나 태권도장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봅니다 . 제 가 있던 대학교의 한국어과에서 주최하는 한국어 경연대회 ( 특히 , 한국노래대회 ) 는 주변 학교 중고생들도 대거 참가할 만큼 인기가 높습니다 .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적인 것은 곧 멋스러운 것입니다 .
그런데 TV에서 한국 프로그램을 하도 많이 보다 보니 부작 용도 있긴 합니다 . 한국 사람들은 다 연예인같이 생긴 줄 알 았던 모양입니다 . 어느 날 , 한 남자 선교사님이 “ 한국 사람 인데 왜 그렇게 생겼냐 ?” 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 거 참 웃 기도 민망해서 미안한 표정만 지어야 했습니다 . 그렇지만 캄 보디아인들에게 그만큼 한국인에 대한 나름의 이미지가 있 다는 말이겠지요 .
[ 한복을 직접 체험하는 외국인들 ]
52 순례자의 샘터 2017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