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Winter | Page 32

간증 및 수필

신앙이 없던 사람에게 신앙이 생긴다는 것

어느 저자가 그러하였듯 세상은 큰 믿음 세 가지로 발

전되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돈 , 제국 , 종교 . 세 가지 모두 실체가 없다는 점에서 그 맥을 같이하지만 , 종교 는 인간의 사익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돈과 제국과는 다른 성격이 있다 . 많은 사람들이 신앙을 가지고 있다 . 누군가는 DNA 처럼 신앙을 타고 나기도 한다 . 누군가는 힘들어서 , 누 군가는 너무 좋아서 , 누군가는 호기심으로 . 모태신앙과 같이 태어나자마자 믿음에 관한 지속적 교육을 받고 습관을 길러 온 것과 후천적으로 신앙이 생기는 , 혹은 신앙을 알아보고자 하는 접근법엔 완전히 다른 메커니즘이 있을 것이다 . 나는 이 글에서 비신앙인이 신앙인이 되어보려 할 때 느끼는 감정 을 나의 시선으로 얘기해 보고 싶다 .
신앙을 가지고 있지 않던 사람이 신앙을 가지게 되거나 호기 심이 생기는 것은 사실 지극히 ‘ 기적 ’ 과 같은 일이다 . 신앙을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그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기 때문 이다 . 세상은 필요에 의해 굳이 힘들이지 않아도 위안을 받 을 수 있는 장치들을 많이 마련해 놓았다 ( 이것이 일순간적 이고 공허함이나 상실감을 동반한다는 함정을 드러내지 않 다 하더라도 ). 잔인하게 말하면 없어도 잘 산다는 것이다 ( 물 론 이것을 제대로 증빙하기는 어렵다 ). 나는 약 28 년간 한국 에서 무교로 지내다 박사과정으로 이곳 랄리에 들어와 마하 나임이라는 공동체를 만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기독교에 대
마하나임 도진웅
한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 고향은 30여 가구 정도가 살고 있 는 시골이며 부모님은 농사를 짓는다 . 대체로 불교 문화권이 었으나 종교에 대한 강요는 부모님으로부터 없었다 .
혹자는 믿음과 농사가 비슷한 성격을 지닌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실질적으로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그렇게 생각하 지 않을 것이다 . 창조론을 믿는 기독교적 신앙과 , 성장과 수 확에 기인하는 농사는 그 저변이 아예 다르다고 생각한다 . 이 기본적인 배경의 차이가 초반 공동체 생활을 함에 있어 서 한결 같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 내가 느낀 이미 신앙을 가 지고 있는 분들의 공통적인 모습은 믿음이 없는 것을 굉장히 의아해 한다는 것이다 . 이것은 비신앙인이 보았을 때 도리어 신앙을 가지고 있는 모습이 이해가 되지 않는 것과 같은 맥 락일 것이다 . 그렇다고 믿음이 없는 사람이 믿음을 있는 사 람의 믿음을 없애버리려고 하진 않는다 . 근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믿음이 있는 사람은 믿음이 없는 사람에게 믿음을 심으 려고 한다는 것이다 . 이 부분이 예수님의 지상명령과 관련된 전도 및 선교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란 것을 이해하는 데는 오 랜 시간이 걸렸다 .
내가 대쪽처럼 믿음 없이도 공동체 생활을 지속하다 결국 마 음을 바꾼 것은 역설적이게도 결국 주변 분들에 의한 다른 이름의 전도 , 바로 사랑과 헌신이었던 것 같다 . 복음으로 채 색된 그들의 보슬비로 어느새 나의 마음은 믿음이란 것에 대 한 호기심이 벌써 뿌리가 내리고 싹이 틔어진 채로 자라나 있었다 . 타지에서 온 나에 대한 사랑은 명백히 예수님의 은 혜로부터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 결국 학생처럼 교육적인 방 법으로 그 호기심을 풀고자 했고 시간이 흘러 결국 침례를 받았다 . 그러나 침례를 받게 되는 그 일련의 과정에서 또한 도전이 되었던 것은 , 믿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직 믿음 이 없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이 내일이면 기차를 타고 떠나 버릴 사람을 대하듯 급해 보인다는 것이다 ( 그 모습엔 분명 히 이유가 있다는 것 또한 이후에 알게 되었다 ). 아무리 믿음
32 순례자의 샘터 2017 겨울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