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Fall | Page 9

수필 및 간증

어둠의 터널 속에서 생명의 빛을 .....

절망의 끝에서 , 삶의 마지막 끝자락에서 , 기적처럼 다가

온 한 줄기 빛이 강렬한 생명의 불꽃으로 살아나 , 남 편은 사랑하는 딸과 서로 생명을 나누어 가진 채 이식 후 한 달 여 만에 가족의 곁으로 이렇게 다시 돌아와 주었습니다 .
생체 간 이식 - 나와는 전혀 무관했던 , TV 속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이 엄청난 일이 정작 내 일이 되어 , 천사 같은 딸 예린이의 생명을 담보로 우리 가족에게 일어났다는 사실이 저는 지금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
힘겨웠던 지난 투병 생활 중 병원 응급실에서 수차례 마주했 던 생사의 갈림길 , 그 두렵고 힘들었던 순간순간마다 남편의 생명줄을 끝까지 놓지 않으시고 지금 이 자리까지 인도해 오 신 하나님께 이 시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뜨거운 감사를 올 려 드립니다 .
남편은 작년 봄 갑작스러운 식도 정맥류 출혈과 함께 응급실 로 실려 갔었습니다 . B 형 간염에 의한 간 경화 - 초음파 검사 만으로도 90 % 이상 암이 의심되므로 조직 검사가 필요하다 는 당시 충격적인 상황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 간 질환에 대 해서 만큼은 세계 여느 나라보다 앞서 있는 양질의 의료 서비 스를 한 곳에서 통합적으로 받기 위해서는 당시 세브란스 병 원 의료진으로 계셨던 아주버님의 적극적인 권유로 20 여년 의 정들었던 미국 생활을 한 달 만에 정리하고 우린 그렇게 쫓기듯이 한국으로 나와야 했었습니다 .
한국에서 허연홍
나 더 있었습니다 . 당시 의료진의 판단으론 이식 자체가 불가 능하다고 했었기에 , 이식 이외엔 완치라는 개념이 없다는 간 질환에 대해서 저는 단 한 번도 이식이라는 걸 생각조차 해 볼 수 없었습니다 . 단지 잘 치료받고 , 남아있는 부분 잘 관리 해 가면서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그 날까지 좀 더 우리 곁 에 더 머물 수 있게 해 달라는 기도 외엔 제가 할 수 있는 일 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
사람이 극한의 상황에 처하면 오히려 더 초연해지는 걸까요 ? 어차피 마주한 현실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그것을 어 떻게 받아들일 것인지는 전적으로 저희의 선택이었기에 , 저 는 그때 현실을 잊기 위한 몸부림이었는지 , 하나님께서 주신 담대함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 때론 내가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 남편이 “ 당신은 병원 생활을 enjoy 하고 있는 것 같 다 “ 고 말할 정도로 ,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입원하러 갈 때면 남편과 함께 휴가 간다는 생각으로 들어가서 그곳에 있는 동 안엔 평소에 읽고 싶었던 책들을 마음껏 읽었고 , 때때로 나의 생각들을 글로 옮겨 보기도 하고 , 성경을 읽으며 , 또 유기성 목사님의 주옥같은 설교를 들으며 흔들리려는 저를 다시 믿 음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었습니다 .
그리고 이어진 남편의 길고 , 지루하고 , 고통스러운 투병 생 활 ···.
한국에서의 조직검사 결과 , 남편의 몸속엔 이미 9cm 크기의 암세포 외에도 , 그 옆으로 2cm 정도의 작은 암세포가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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