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의 샘터 2017 Fall | Page 54

한국어 교육 칼럼

바른 한국어 사용이 곧 교육이다

박사라 사모
“ 할매요 , 밥 문는교 ?” “ 니 무라카노 ? 내는 모린다 .”
사투리를 구수하게 사용하는 세 살 배기 아이가 있었습니다 . 어린 꼬마가 어쩜 그렇게도 사투리를 차지게 구사하는지 듣 는 사람마다 신기하고 귀여워서 웃음을 자아내었습니다 . 알 고 보니 그 아이는 엄마가 직장에 다니셔서 주로 할머니와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 아이의 억양과 말투는 영락없이 제 할머니와 똑같았습니다 .
아이들은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따르기 보다는 , 어른들의 모 습이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그래서 자연스레 부모님의 말투나 언어 습관뿐만 아니라 행 동이나 버릇까지 닮게 되나 봅니다 . 예전에 할아버지가 뒷짐 을 지고 걷는 모습을 보고는 똑같이 뒷짐을 지고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우리 교회 꼬마둥이 친구가 기억납니다 . 그렇게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어찌나 흡수력이 좋은지 아이들 앞 에서는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한다던 어르신들의 말씀을 실 감하게 됩니다 .
우리가 자녀들에게 한국어를 교육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 부모의 잘못된 언어 습관은 생각보다 큰 영향을 미칩니다 . 자녀들은 부모가 자주 사용하는 말이나 말할 때의 속도 , 목 소리 크기 , 감정을 담아서 말하는 것이나 말할 때의 버릇까 지 닮아 갑니다 .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한국어 교육을 하 기 위해서는 먼저 , 부모들 스스로가 한국어를 제대로 사용하 고 있는지 ,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잘못된 언어 습관이 있지 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 바른 언어 사용을 실천 하며 피교육자에게 모범을 보이는 것 자체가 곧 훌륭한 교육 이기 때문입니다 .
뜬금없지만 잠시 엉뚱한 상상 하나만 해볼까 합니다 . 조선시 대 남자와 21세기 여자가 만났습니다 . 이 두 사람은 과연 의 사소통이 잘 될까요 ? 조선시대에 사용했던 한국어와 지금의
한국어가 같지 않다는 것은 학창시절 교과과정이나 사극 등 의 역사 드라마를 통해서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것입 니다 . 그럼 100년 전에는 어땠을까요 ? 50년 전 , 30년 전에는 지금과 같았을까요 ? 아시다시피 지금의 언어와 완벽하게 같 지는 않았습니다 . 사회가 변화듯 언어도 변하기 때문입니다 .
언어는 시대에 따라 새롭게 신생되거나 소멸되기도 하고 조 금씩 바뀌기도 하면서 계속해서 변화를 거듭해 오고 있습니 다 . 뿐만 아니라 문법과 맞춤법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지요 . 이것은 언어의 6가지 특징 중 하나인 “ 언어의 역사성 ” 이라 고 합니다 . ( 언어는 자의성 , 규칙성 , 사회성 , 창조성 , 기호성 , 역사성의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
20년 전만해도 “ 스마트폰 ”, “ 앱티즌 ”, “ 엄친아 ” 같은 단어들 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 모두 새롭게 생겨난 말들입니다 . “ 온 ( 백 )”, “ 즈믄 ( 천 )”, “ 다림방 ( 정육점 )”, “ 버텅 ( 계단 )” 같은 말들을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 이들은 사라진 옛말입니 다 . 의미가 바뀐 말도 있습니다 . “ 어리다 ” 라는 말은 옛날에 는 “ 어리석다 ” 라는 뜻이었는데 요즘은 “ 나이가 적다 ” 는 의 미로 쓰입니다 .
이러니 아마도 조선시대 남자와 21세기 여자가 만난다면 두
54 순례자의 샘터 2017 가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