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전선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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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지금처럼 바빠본 때가 또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바쁜 하루하루가 흐
르고 있습니다. ‘월화수목금금금’ 요즘 제 삶이 이렇습니다. 덕분에 몸 여기
저기서 쉼 없이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는 중입니다. 휴식 없이 내쳐 달리다
보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힘들긴 합니다만 그럭저럭 버틸 만은 합니다. 그렇
게 정신없이 살다보니 봄이 제 곁에 찾아온 것도 제대로 모르고 있었네요.
방금 전에 알았습니다. 날씨 한번 끝내주네요. 바람은 산들, 햇살은 포근
한 것이 전형적인 봄의 얼굴이네요. 이 봄을 만끽하고 싶습니다. 지금 바라
는 게 있다면 어느 사람 없는 한적한 버스 뒷자리에 몸을 싣고 창으로 쏟아
져 내리는 봄볕을 하염없이 쬐었으면 하는 겁입니다.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꾸벅꾸벅 졸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스쳐가는 풍경들을 내 눈에 담을 수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참 소박한 꿈인데 현실은 이를 허락지 않는군요.
바쁜 게 이런 거겠지요. 게다가 마감도 코앞입니다. 여러분은 이런 심정을 아실런지? 하긴 세상 일이 어디 쉬
운 게 있을까마는, 유독 이 일이 더 힘들다고 느껴지는 건 내 손톱 밑에 박힌 가시이기 때문이겠죠. 진짜 맘 같
아선 쓰던 원고를 내팽개치고 가까운 공원에라도 나가고 싶습니다. 그러면 안 되겠죠. 아무리 봄볕이 좋아도 할
일은 하고 즐겨야하는 게 우리들의 숙명이니까요. 어쩔 수 없이 제 봄은 책 속에 담아 보내야 할 모양입니다. 왠
지 장엄하지 않습니까. 이 책에 한 남자의 잃어버린 봄이 담겨있다는 게. 크크크.
MAY 2018
발행호수/제23권 제5호(통권 268호)
발행일/2018년 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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