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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From Maxim

이렇게 만났지만 거기서 또 만나고 싶어서

저 두툼한 등짝의 주인은 맥심의 영상콘텐츠 제작팀 수장 이준예 PD다. 뒷모습이 어쩐지 피곤하고 애잔해 보인다.
최근 몇 년간, 일개 잡지사였던 맥심은‘ 영상’ 으로 다양한 시도를 했다.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네이버TV, 곰TV 등에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용 스낵 영상을 만드는 건 요새 기본이라 쳐도, 케이블 채널에 4K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서 납품하고, 360도 VR 예능, < 이웃집 커버걸 > 같은 리얼리티 예능 프로를 제작해서 VOD 서비스까지... 나도 내가 잡지사 편집장인지, 영상 프로덕션 사장인지 헷갈린다. 어렵고, 길이 보이지 않는 모험을 뚝심있게 밀어붙이고 있는 건 맥심의 재능있는 영상팀 PD들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가장 많이 갈아 넣은 인간이 저 이준예 PD고.( 근데 아무리 갈아도 살은 안 빠지더라?)
요즘 그에게 새로운 숙제가 생겼다. 맥심의 본격적인 라이브 채널, 이름하여‘ MAXIM 라이브!’ 론칭이다. 미스맥심들, 쏘기자, 강지융 에디터, 강민지 디자이너... 어떤 독자들에겐 이미 라이브 방송으로 익숙한 이름일 거다. 맥심 페북으로 종종 독자와 소통해온 우리 스태프들이다. 이제 여러분에게 친숙한 맥심 스태프와 미스맥심 모델들이 유튜브로 채널을 옮겨 본격적인 라이브 방송을 시작하려 한다. 유튜브에서‘ 맥심라이브’ 를 검색하면 채널이 하나 뜬다. 지금은 영상이 몇 개 없다. 이준예 PD가 아직 준비 덜 됐으니 공개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 뭐 언제까지 꽁꽁 싸매고 있을 거야.
현재 이 라이브 채널엔 병신똥손 에디터의 게임방송, 모델들의 먹방과 요리방, 별 내용 없는 잡담방 등이 있다. 예를 들면, 미스맥심 김은진은 여행 가서 입을 비키니를 팬들과 함께 골랐다. 박무비는 낮술 마시면서 연애 얘기도 하고, 페티시즘이나 취중 섹스를 주제로 화끈한 입담을 선보였다. 누가 짜 준 것도, 내가 시킨 것도 아니다. 다들 자발적으로( 지 꼴리는 대로) 한다. 관객의 호응이 좋으면 광대의 춤사위도 더욱 신명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독자님들 많이 와서 구독 버튼 누르고 구경하다 가라. 수다쟁이 쏘기자랑 사는 얘기도 하고, 혼자 떠드느라 외로운 강지융 에디터의 게임방송에서“ 생각보다 더 못생겼네요” 같은 따뜻한 말 한 마디 남겨주시라( 관종이라 좋아함). 지면으로 읽고, 화보로 만나던 잡지 속 그들이다. 내가 신입일 때의 잡지사는 일이 참 단순했다. 동굴 속 원시인이 삼삼오오 모여 돌로 벽화를 새기듯 한 달에 아날로그 종이책 하나만 만들면 됐으니까. 맥심 안에 PD 같은 게 생길 줄은 몰랐는데... 지금 나는 왜 이준예 PD를 더욱 곱게 갈아 넣어야 하는 것일까. 10여 년 전, 내가 맥심 독자일 때 원했던 것을 떠올렸다. 종이와 잉크라는 2차원의 일방적인 소통만 있었음에도 나는 매달 잡지를 보면서 글속에 등장하는 이 웃기고 막나가는 에디터들이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없는 게 설 것만 같은 사진 속 핫한 언니들의 실존 여부도
확인하고 싶었다. 맥심에서 가장 사랑 받는 코너가‘ 독자 사연’ 이라고 한다. 변변찮은 소통 창구가 없어 우편이나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고, 한 달을 기다려 신간호에서 에디터의 답변을 읽던 때로부터 1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독자와 라이브로 쉽게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 활짝 열렸다.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누군가는 신문과 잡지 같은 인쇄 매체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맥심의 라이브 채널은 2차원 종이에 인쇄된 잡지 속 인물들을 입체화하는 과정이다. 종이 위에서 혼자 떠들고 정지 사진으로 멈춰 있던 이들을 말이다.‘ 내가 아는 에디터’,‘ 아는 모델’ 과의 만남인데, 그걸 원한 독자였던 내가( 다시 한 번 적지만) 안 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맥심 라이브 채널에서 뭘 해야 할지 아직 감은 안 온다. 월간지처럼 편집장 1인이 쥐고 흔들거나, 맥심이란 하나의 정체성으로 통일된 인간의 집합체를 보여주는 건 분명 아닐 것이다. 거기서 내가 할 일은 콘텐츠를 짜는 게 아니라 더 원활한 소통의 여건을 만들어 접촉면을 늘리는 것일지도. 그러니 독자님, 거기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한 번 들르세요. 똥 쌀 때, 적적하지 않게 틀어놓으셔도 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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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7월 편집장 이영비 드림
Editor in Chief YOUNG BEE LEE
1 2 maxim Jul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