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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은 이번에도 우승을 위한 퍼즐이다
LAYOUT 강민지 IMAGE FIVB MBC < 나 혼자 산다 > 캡처
김연경은 우승의 퍼즐이다
엑자시바시 구단은 김연경에게 끊임없는 구애의 손길을 뻗었던 팀이다. 2017 ~ 2018시즌 중국 상하이와 계약하기 전에도 거액을 제시했는데, 당시 터키 언론이 공개한 제시액만 300만 달러( 한화 약 34억 원) 수준이었다. 그녀가 이적 시장에 나오자마자 엑자시바시가 발 빠르게 움직인 것은 당연지사. 구단은 역대 최고대우를 약속하며 김연경의 마음을 사로잡았는데, 당시 구단의 계약 담당자인 날란 우랄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는 성의를 보인 것도 한몫했다. 그만한 가치가 없는 선수라면 비싼 돈 들여서 터키에서 한국까지 장시간 비행을 했겠어?
여기서 또 흥미로운 일이 벌어졌다. 김연경의 원 소속팀인 상하이는 이 소식을 듣고 엑자시바시가 제시한 금액을 훌쩍 뛰어넘는 조건을 제안했다. 상하이는 중국 여자배구 대표팀과 리그까지 후원하는 중국 굴지의 기업인 광명유업 덕에 엄청난 자금력을 자랑하는 팀이다. 하지만 김연경의 선택은 단호했다. 세계 최고의 리그에 다시 입성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더 큰 금액을 고사한 대신, 더 큰 무대라는 도전과 명예를 택했다. 이 같은 자존심이 없었다면, 지금의 김연경도 없었을 것이다. 2시즌 계약도 선택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김연경은 지난 3시즌을 소화하는 동안 매년 이적 협상을 벌인 탓에 비시즌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매년 협상하려니 힘든 부분도 있다” 라고 털어 놓기도 했다. 그런 만큼 다년 계약이 지닌 메리트가 생각보다 컸으리라.
여자배구 계의 메시, 김연경의 위엄
100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거포라는데?
‘ 우승할 수 있는 팀’ 이라는 키워드를 가슴에 품고 사는
김연경에게 엑자시바시는 최적의 팀이다. 기존의
조던 라슨( 미국) 과 티아나 보스코비치( 세르비아)
라는 양 날개가 건재하고, 터키 국가대표 감제
알리카야, 그리고 페네르바체에서 함께 뛴 에즈기
실력도 100점. 마음씨도 100점
딜릭이 버티는 세터진도 끝내준다. 2016 ~ 2017시즌
상하이에서 주전 세터 미양의 들쭉날쭉한 토스를
김연경은‘ 여전사’ 의 이미지가 강하다. 방송을 통해
처리하느라 애를 먹은 김연경에게 여유가 생긴 거다.
대중에게 편안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현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엑자시바시의 자원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이미지다. 그러나 알고 보면
훌륭하다. 좋은 세터의 토스를 마무리해줄 자원이 한
마음씨도 곱고 선수로서 마인드도 100점이다.
명 더 필요했는데, 김연경이 그 자리를 완벽하게 채운
특히 2018 자카르타아시안게임 참가를 결정한
것” 이라고 밝혔다. 2011 ~ 2012시즌 패권을 차지한
이유가 눈에 띄는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뒤 페네르바체( 2회) 와 바키프방크( 4회) 의 우승을
따야 연금 포인트를 채울 수 있는 선수들이 있다”
지켜보기만 했던 팀의 열망도 어느 때보다 강하다.
라는 것. 본인은 이미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김연경 역시 팀의 뛰어난 선수 구성에 만족감을
금메달을 획득했음에도 동료들을 위해 기꺼이 전면에
감추지 않았다.
나서겠다는 의미다. 김연경이 솔선수범하니 후배들도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밖에.
김연경은 늘‘ 우승 청부사’ 로 통했다. V리그 흥국생명,
일본 JT 마블러스,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모두
필자는 2011 ~ 2012시즌부터 김연경을 취재했다.
우승을 경험했다. 상하이가 챔피언 결정전에 오른
슈퍼스타라면 콧대가 높을 법도 한데, 김연경에게
비결도 김연경이 어떤 토스든 가리지 않고 처리한
그런 모습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덕분이다. 높은 타점을 앞세운 힘 있는 스파이크와
기자를 알아보고 먼저 인사를 건네기도 하고, 인터뷰
어떤 상황에도 상대 서브를 안정적으로 받아 올리는
현장에서 다양한 포즈를 요청한 사진기자에게“ 정말
리시브 능력을 모두 갖춘 선수는 흔치 않다. 공수를
열정적이시다. 편안하게 해주셔서 좋았다” 라고 감사
겸비한 데다‘ 팀 스피릿’ 까지 넘치는 김연경을 마다할
인사도 한다. 2012년 그랑프리대회 때는 필자가
팀은 없다. 해외 배구리그에 밝은 한 관계자는
당시 김연경의 팀 동료이던 터키 국가대표 세터 나즈
“ 김연경이 처음 터키리그에 진출한 시기에 외국인
아이데미르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옆에서 나즈를
선수의 몸값 마지노선이 약 80만 달러였는데,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도중‘ 식빵!’
김연경이 그 벽을 깼다. 이후 그녀의 몸값은 수직
을 내뱉는 강렬한 이미지 대신, 특유의 편안함으로
상승했고, 다른 선수들이 김연경 덕을 본 것도
주변인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사실” 이라고 했다. 프로야구 프리에이전트( FA) 의
취재진들이 김연경을 만나면“ 신세계” 라고 말할 정도.
‘ 100억 원’ 과 같은 마지노선을 깨뜨린 이가 바로
‘ 나 혼자 사는’ 김연경의 모습은 실제와 큰 차이가
김연경이라는 얘기다. 최근 중국과 한국에서 열린
없다. 그러다 배구 코트만 밟으면 엄청난 폭발력으로
2018 국제배구연맹 여자 발리볼네이션스리그에서
팬들의 환호를 이끌어내니, 이런 매력적인 선수가
대표팀이 중국, 러시아 등 강호들을 연달아 무너트린
또 있을까. 대한민국이 김연경에 열광하는 데는 다
비결도 김연경의 맹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
2005년 리그 최하위 팀 흥국생명
2011년 터키 페네르바체 SK로 이적한
핑크스파이더스에 입단해 프로 데뷔 첫해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신인상, 정규 리그 MVP, 챔피언 결정전 MVP, 득점왕, 서브왕, 공격왕 등 6관왕 달성. 2009년 일본 JT 마블러스로 이적하며 국내 여자 배구 최초 해외 진출 선수가 됐고, 팀을 25연승과 함께 리그 우승으로 이끔.
첫해, 터키 아로마리그 정규 시즌 무패 행진으로 1위, CEV 챔피언스리그에서 MVP와 득점왕, 공격과 서브 1위를 차지하며 팀을 85년 만에 우승으로 이끔. 2012년 런던 올림픽 여자 배구 MVP. 2017년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로 이적, 팀을 17년 만에 정규 시즌 우승으로 이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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