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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처링 가수란 표현도 썩 기분 나쁘진 않았다. 그땐 그게 사실이었고, 그렇게라도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
유부남 범키! 맥심 촬영장에 설마 일탈을 꿈꾸면서 온 건 아니겠지? 부담스러웠을 거다. 뮤직비디오 출연도 어려워하는 난데, 화보는 간단한 포즈 취하기도 쉽지 않다. 섹시한 분이 없어서 편했던 것 같다. 분위기도 자유로웠고. 무엇보다 오랜만에 인터뷰라 감회가 새롭다.
‘ 미친 연애’,‘ 갖고 놀래’ 등 본인이 직접 출연한 뮤직비디오를 보면 연기가 아주 능청스럽던데? 사실 등장하기 부담스럽다. 최근에 라이머 대표님에게 이제는 그만 나가고 싶다고 얘기했다. 배우가 등장하는 게 그림도 더 좋잖아. 막상 할 땐 최선을 다하는데, 개인적으로 오글거리고 잘 못하는 것 같다.
비주얼에 자신이 없다는 말인가? 자신이 없다기보단 있지도 않았지. 승부 볼 정도의 비주얼은 아니잖아.
브랜뉴뮤직 안에서 외모 서열은 몇 위쯤 예상하나? 다행히 힙합 하는 회사라 잘생긴 분이 없다.( 웃음) 모이면 선수촌 같지 연예인 느낌이 안 들어. 상위에는 들것 같은데... 내가 좋아하는 양 씨로 시작하는 동생이 하나 있다. 걔한테는 지지 않을 것 같다.( 웃음)
양다일 씨 팬 여러분. 이 의견은 맥심과 무관함을 알려드립니다. 그간 어떻게 지냈나? 중간중간 음원을 발매하긴 했지만, 그 외 활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이번에 음원 내면서 인터뷰도 하고, 촬영도 하고, 다시 활동하지만 한 3년 정도를 공연도 안 하고 쉬었지. 중간에 아이가 태어나서 육아를 24시간, 온종일 했다. 좋은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는데 쉽지 않더라. 엄마들의 고충을 깨달았다.
아들이 커서 힙합에, 타투까지 하겠다면? 음악 하는 건 대찬성이다. 일단 와이프와 나는 아이를 뮤지션으로 키울 생각이고, 다양한 악기도 가르칠 거다. 싹도 보이는 것 같고. 문신은 나도 있어서 괜찮은데, 와이프는 아직까진 반대다. 안 하는 게 좋겠지만 그래도 본인이 하고 싶다면 뭐... 나도 부모님 몰래 했다. 하고 오면 어쩔 수 없잖아? 난 말릴 것 같진 않다. 애 엄마는 모르겠지만.( 웃음)
사모님이 큰 힘을 쥐고 계시는군. 엄마 말을 잘 듣는 게 정답이더라고. 뭐든지 엄마 말 잘 들어야 해.( 웃음)
지금 한국에선 힙합 알앤비가 확실히 대세다. 아티스트도 많아졌고. 흑인음악 선구자 격으로서 뿌듯하겠어? 래퍼와 싱어가 한창 컬래버레이션하던 시기에 나는 한국적 멜로디나 창법이 아닌, 흑인음악을 계속 연습해왔으니까. 그런 기분을 느끼긴 해도“ 내가 이 길을 닦았어!” 까진 아니다. 좋아하는 흑인음악의 길을 계속 걷는 선택을 잘했다 정도?
쟁쟁한 후배도 많다. 위기의식도 들겠지? 후배들이야 그렇게 가는 게 순리지. 물론 내가 뒤처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걸 떠나서 그들의 음악을 듣다 보면 자랑스럽다. 내가 어릴 땐 비주류였는데, 지금은 주류니까. 이제는 굳이 해외 음악을 듣지 않아도 될 만큼 잘하는 친구가 많다. 우리나라 음악이 계속 발전하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이센스, 다이나믹듀오 등 쟁쟁한 피처링진 때문에“ 범키는 피처링빨이다” 란 댓글도 달리곤 했다. 별 불만은 없다. 의견은 누구나 자유롭게 낼 수 있고, 누군가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게 맞는 것도 같다. 심지어는 그걸 기대하기도 하니까 의도가 잘 먹힌 걸 수도 있고. 9년간 피처링하면서 참 많이 들었지.“ 범키? 아 ~ 그 피처링 가수?” 근데 그 말이 썩 기분 나쁘진 않았다. 그땐 그게 사실이었고, 그렇게라도 음악을 하고 싶었거든. 한편으로는 함께한 사람들이 다 최고의 가수라 사실 위안이 많이 됐다.
최근에 컬래버레이션 상대로 눈여겨보고 있는 아티스트는? 이런 질문이 가장 어렵다. 곡 작업하다가 누군가 딱 떠오르면 그때 러브콜을 보내는 식이거든. R & B 보컬을 모아서 단체 곡을 하나 만들고 싶긴 하다. 어릴 때부터 해보고 싶었다.
분량은 인기순인가? 아... 분량은 정확하게 1 / N로.( 웃음)
힙합 가수들은 결혼하고 난 후에 힙합력이 떨어진다는 말이 있던데. 당연한 거다. 힙합이라는 장르는 주제도 다양하고 가사도 자유롭게 쓴다. 노래에 비해 같은 마디 수라도 많은 말을 할 수 있는데 그 부분들을 포기하게 된다.
유부남 아재 범키, 지금 결혼에 반대하는 것인가?! 난 무조건 추천이다. 결혼과 출산, 육아는 꼭 해야 한다는 입장. 거기서 얻는 행복이 얼마나 큰지 아니까. 삶은 안정되는 게 좋다. 다만 너무 빨리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웃음) 백세 시대잖아.
신곡‘ 비 그리고 너’ 얘기에 너무 소홀했군. 길면 지루하니까 간단히 소개해줘. 지금까지 힙합 기반의 흑인음악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 곡은 발라드에 가깝다. 이전보다는 정적이지. 지금의 내 감정 상태를 담아 만들었다.
가수 범키로서는 새로운 도전이겠네?“ 어? 범키가 이런 음악도 하네?” 의아해할 수도 있다. 전부터 장르에 국한되지 않는 음악을 하고 싶었고, 지금은 실천해가는 단계다. 긴 음악 인생에서 그때그때 느끼는 걸 만드는 거지. 도전인 건 맞다.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된다. 음원 차트 1위라도 한다면 예전과는 기분이 전혀 다를 것 같다. 혹시 1위 하면 무료 소극장 콘서트를 하고 싶다. 생각해둔 콘셉트가 있다.
꼭 1위 찍고 오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생각하는 진짜 남자란? 진짜‘ 남자’ 보단 진짜‘ 사람’ 을 얘기하고 싶다.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에 누구나 실수와 잘못을 한다. 나 역시 굉장히 큰 실수와 잘못을 저질렀다. 하지만 그것을 딛고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 되풀이하지 않고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사람이 진짜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선글라스는 디올 by 시원아이웨어, 줄무늬 셔츠는 베리나인플럭스.
124 maxim Jul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