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에서
솔직히 부럽다. 그 문화, 그 열정…
월간낚시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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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피싱쇼에 다녀왔습니다. 올해는 요코하마의 재팬 피싱쇼(Japan Fishing Show in YOKOHAMA)가 오
사카 피싱쇼보다 1주일 빨리 열려, 저는 요코하마 파시피코 전시장에 다녀왔습니다. 재팬 피싱쇼는 지난
1월 30일부터 2월 1일까지 사흘간 열렸습니다. 1월 30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가서 2월 1일 오전 비행기로
돌아왔으니 약간은 빡빡한 일정이었습니다.
올해 재팬 피싱쇼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는 그 규모가 크지 않았습니다. 일본 유수의 낚시업체인 다
이와 시마노 가마카츠를 비롯해서 후지, 키자쿠라, 라팔라, 마루큐, 하야부사, 오너, 에버그린 등 180여 업
체가 800여 부스에 참여했습니다. 재작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국제낚시박람회의 규모(91개사 262
부스)보다는 크지만 한정된 공간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한 일본 특유의 문화 탓인지 웅장하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대신 아기자기하고 흥미진진한 업체부스와 각종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시장 한쪽에 마
련된 중앙 무대(메인 스테이지)에서는 사흘 동안 각종 공연과 토크쇼 형식의 볼거리가 끊임없이 이어졌
습니다. 피싱 아이돌 그룹 ‘쯔리비토’의 공연에 참관객들이 열광을 하고, 카와무라 다이와 배스 프로스태
프와 아오키 퓨어피싱 프로스태프의 토크쇼에 관람객들은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이번 재팬 피싱쇼에서 특별히 주목한 건 다른 데 있었습니다. 피싱쇼를 주최한 (사)일본조
구용품공업회와 후원을 맡은 (재)일본조구진흥회, 그리고 참가업체들이 쏟은 어린이 관람객들에 대한
지극한 정성이었습니다. 피싱쇼는 조구업체들의 신제품 경연장이기도 하지만 미래 낚시인들을 위한 축
제의 장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이들이 잘 보여주더군요. 대부분의 참가업체들은 자사 부스에서 어린이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쳤고, 아이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은 부모들의 발길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습니다. 전시장을 찾은 아이들 손에는 너나없이 각 업체에서 마련한 크고 작은 선물이 들려있었
습니다. 피싱쇼를 찾은 아이들은 이날의 기억이 머릿속에 또렷이 각인될 것이고, 10년 후 이 아이들은 조
구업체들의 주 고객이 될 겁니다.
또 하나 제가 놀란 건, 일본 사람들의 낚시에 대한 성숙한 의식이었습니다. 전시장 문이 열리기도 훨씬
전에, 아니 전날 밤부터 파시피코 전시홀 입구에는 긴 기다림의 행렬이 이어져 있었습니다. 사뭇 경건해
보이기까지 한 이들의 피싱쇼에 대한 열정은 한 마디로 부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일본의 낚시산업이 세
계의 낚시산업을 선도하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이는 장면이었지요.
일본의 낚시인구가 1,500만명 정도라지요? 한국의 낚시인구가 6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하니 인구비례
로 따지자면 그 산업규모도 비슷해야 하는 데, 그렇지 않은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을 했습니다. 아마 낚시를 대하는 일본 동호인들의 열정은 일본의 낚시산업을 지탱하는 가장 큰 에너지
일 겁니다. 이런 큰 에너지를 받는 일본의 조구업체들은 그들을 받쳐주는 동호인들을 위해 기술개발에
열정을 쏟기 마련이고, 그 열정은 일본 낚시인들에게 선순환 되는 거겠지요.
‘창조는 무에서 유를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편집’이라고 했던 누군가의 말이 문득 떠오릅니다. 한국
의 조구업체들은 이제 더 이상 ‘창조’라는 말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았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