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룸에 들어가서 이야기할까.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
지?”
그를 따라 룸 안으로 들어갔다. 룸으로 들어서자 그가 입을
연다.
“준비는 된 건가? 그럼 여기에서 하면 되는 거지?”
“문 닫고 와. 어차피 사람들은 너랑 나 돈 이야기 하는 줄 알
고 있으니까 들어오지는 않을 거야. 네가 내 돈 빌린 거 모르는
사람도 없고.”
“그렇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좀.”
더 이상 말이 통할 인간이 아니었다. 약속은 약속이었다. 이
귀를 의심케 하는 말이었다. 도대체 여기에서 뭘 한다는 건
젠 지킬 수밖에 없었다. 은경은 문 쪽으로 다가가 잠금 장치를
가? 설마 이곳에서 섹스를 하자는 의미는 아니겠지. 아무리 각
걸었다. 은경이 다시 자리로 돌아오자 민기는 이미 속옷만 남
오하고 있던 일이지만 전후 사정이야 어쨌든 이곳은 그녀의 직
긴 채 반라가 되어 있었다. 저녁에 술을 팔 때야 옷 벗은 남자
장이 아닌가. 분명하게 들어야 했다. 혹시 착각일지도 모르는
들도 종종 보지만 이렇게 대낮에 반라가 되어있는 남자를 보
일이니까.
자 은경은 더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다. 금기의 영역을 넘는 기
“여기서 뭘 한다는 거야?”
분이랄까. 시선을 어디에 둘 줄 모르고 부끄러워하던 은경은
“왜 이러시나. 장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 너랑 할 일
민기의 손이 목덜미에 와 닿자 바짝 몸을 움츠렸다.
이 뭐가 있겠어. 혹시 돈을 갚겠다는 말이야?”
“전에도 말했지만 당분간은 돈을 갚진 못해. 말했잖아. 대
신 네가 원하는 것은 뭐든지 하겠다고 했을 텐데.”
“빙고. 바로 그거야. 그래서 하겠다는 거잖아. 섹스.”
“긴장 풀어. 어차피 할 거 즐겁게 하자고.”
“아, 알았어.”
“벗어.”
민기의 말은 언제나처럼 간결했다. 잠시 망설이던 은경은 숨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은경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을 깊게 들이쉬고 손을 코트 단추로 가져갔다. 옷을 벗기 시작
없었다. 할 수 있는 거라곤 그 남자의 자비심에 기대는 것뿐이
한 은경을 두고 민기는 담배를 꺼내들었다. 담배 끝에 빨간 불
었다. 그에게 자비심이란 게 애당초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씨가 옮겨 붙었다. 은경이 옷을 한 꺼풀 벗을 때마다 불씨가
더 진하게 타들어갔다. 티셔츠가 벗겨지고 치마가 내려갔다.
룸 안에서 벌어진 대낮의 정사
“네 말이 맞긴 하지만 그래도 여기선 좀 그래. 안 한다는 게
아니잖아.”
속옷만 남겨둔 채 은경이 멈칫거리자 민기는 꽁초를 재떨이에
비벼 끄고 그녀에게로 다가왔다.
“마저 벗어. 그리고 이리로.”
“자기가 한 말도 잊을 정도로 멍청한 거 같진 않은데. 네가
커다란 룸의 테이블은 섹스를 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도구였
돈 갚기 전까지 내가 원하는 것은 모두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
다. 민기는 그 위에 올라앉았다. 머뭇거리며 속옷을 벗고 완전
던가. 다시 말할 테니 잘 들어. 난 지금 여기서 너랑 섹스 하고
히 나체가 된 은경은 양 팔로 가슴과 다리 사이를 가린 채 조
싶어.”
심스레 민기에게 다가갔다. 테이블에서 일어난 민기는 은경과
그의 당돌한 요구에 은경의 얼굴이 터질 듯 달아올랐다. 아
무리 그렇고 그런 상황이지만 한낮에 룸 안에서 대놓고 섹스
자리를 바꿨다. 테이블 위에 눕혀진 은경은 무릎을 세우며 다
리를 오므렸다.
를 요구하는 그의 억지가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그래도 받아들
“벌려.”
일 수밖에 없는 게 은경의 처지였다.
은경은 다리를 벌리는 대신 몸을 일으켜 세워 앉았다. 갑작
“정말로 한다고. 대신에 다른 데 가서 하자는 말이야. 어쨌
든 여긴 내가 일하는 곳이니까.”
스런 움직임에 은경의 예쁜 젖가슴이 좌우로 흔들렸다. 민기
는 순간 숨음 멈췄다. 엄청난 글래머는 아니지만 비율 좋은 예
부끄러워서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차라리 이 말은 하지 말걸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저토록 돈을 밝히는 인간에게 뭐라도 손해를 입히고 싶었던 게 솔직한 그녀의 심경이었다.
머릿속과는 다르게 천천히 은경의 다리는 벌어지고 있었고 새하얀 허벅지 속에 숨어있던
연분홍빛 속살이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은경이 부끄러워하거나 말거나 민기는 고개를 숙여
은경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가져갔다. 말 그대로 예쁜 조개다. 소음순도 늘어나지 않았고
둔덕도 새하얗고 깨끗하다. 아쉬운 점이라면 털을 다듬지 않아 자연 그대로라는 점이지만
크게 흠 잡힐 만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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