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자꾸 이러지? 그냥 카풀일 뿐인데.’
마음을 다잡아보려 했지만 한번 동하기 시작한 마음을 다스리기란 쉽지 않았다.
창문을 통해 그를 유심히 지켜보던 나는 한 순간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고 말았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의 오른손이 아내의 다리위로 올라가는 것이 아
닌가. 선팅이 되어있긴 했지만, 워낙 집중을 하고 있던 터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더
욱 놀라운 것은 아내의 몸짓이었다. 놀라서 뿌리쳐야 할 아내가 그러기는커녕 자신
의 다리위로 올라온 그의 손을 가만히 잡은 채로 있는 것이었다. 어서 뿌리치라고 마
음속으로 외치고 있었지만 아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손을 어루만져
주며 마치 오랫동안 그의 손길에 적응된 여자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은 정말 충격이었다. 그토록 믿었던 아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 것인
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내 눈을 의심하며 조수석에 앉은 아내의 얼굴을 몇 번
이고 확인했다. 아내가 아니기를 바라며 살펴보았지만 분명히 아내였다. 분노가 치밀
어 올랐다. 당장이라도 버스에서 뛰어내려 두 사람을 요절내고 싶었지만 콩나물시루
처럼 빽빽하게 사람들로 들어찬 버스에서 뛰어내리기란 쉽지 않았고, 그 사람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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