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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19홀로 완성된다
‘너무 짧은가?’
아무래도 신경이 쓰인다. 이걸 입고 가면 너무 속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
지만 그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다. 왜 이러지. 설마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건가? 설마,
라고 부인해보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처음 보는 날부터 반해버렸거든. 지금 나를 신
경 쓰게 만드는 그 남자는 내가 다니는 골프 연습장의 레슨 프로다.
이름은 성민철, 나이는 스물일곱. 운동으로 잘 다져진 근육질 몸매. 그리고 연예인
을 방불케 하는 화려한 외모를 지닌 그 남자는 연습장에 오는 여자라면 누구나 탐내
는 사람이었다. 들리는 소문으론 집안도 꽤나 부유하다고 한다. 그렇겠지. 어디 골프
란 운동이 돈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이던가? 뭐,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골프 하나로
갑부가 된 골프 선수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의 일이다. 웬만큼 살지
않고서는 골프란 운동은 접하기조차 힘든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돈 있는 집 자식
들이 많은 것이 이쪽 동네다. 당연히 우리집도 꽤 산다. 그렇지 않다면 이제 대학교 4
학년인 내가 무슨 돈으로 골프를 치겠냐고. 그건 그렇고 정말 이 옷을 입고 가도 될
까? 아무래도 아빠랑 엄마에게 보여줘야겠다. 화사한 골프웨어를 입고 거실로 나가
자 TV를 보고 있던 엄마와 아빠의 눈이 둥그레진다.
“뭐냐, 딸. 어디 데이트라도 갈려고?”
“그게 아니고, 이거 새로 산 골프복인데 어때? 예쁘지?”
“그렇긴 한데, 그걸 입고 골프를 치긴 좀 그렇지 않을까?그냥 반바지나 긴 치마를
입는 건 어떨까?”
“기집애가 미쳤나? 너 설마 그 옷 입고 연습장 갈 건 아니지?”
“왜, 안 돼?”
“미쳤어. 너 그 옷 입고 골프 치면 속옷 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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