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영주씨도요. 이제 가시죠.”
그와 나는 아무 말 없이 샤워실로 향한다. 앞서 가는 그의 등이 무언가를 간절히
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아쉽기는 나도 매
한가지. 이렇게까지 멍석을 깔아줬는데도 아무 말도 못하는 그가 괜히 야속하다. 말
없이 복도를 따라 걷는데, 불쑥 그가 뒤로 돌아선다. 무언가 단단히 각오한 표정으로
그가 입을 뗀다.
“저기, 영주씨. 저…….”
“네, 말씀하세요.”
쭈뼛거리는 그의 얼굴엔 비장미까지 서린다. 어서 말하라고. 나는 준비 됐으니까.
대답 대신 그가 내 손을 잡아끈다.
“어디로…….”
못 이기는 척 따라가는 나를 멈춰 세운 곳은 평소 비품을 쌓아두는 비품 창고 같은
곳이었다. 부랴부랴 문을 열더니 나를 앞세운다. 그리곤 들어서기가 무섭게 문을 잠
근다. 역시 여자의 도발은 무섭다. 이렇게까지 남자를 몰아세울 수 있다니. 내가 자
초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밀폐된 공간에 그와 단 둘이 있게 되자 긴장감이 밀려왔
다. 그래도 무섭지는 않았다.
골프보다 백배는 더 좋은 섹스
문을 닫자마자 그는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아무런 말도 없었다. 하고 싶다거나, 해
도 되냐 따위의 말도 없이 나를 탐하는 그. 그는 주저 없이 내 입술을 훔쳤다. 그걸로
충분했다. 입술 사이로 파고드는 그의 혀는 너무나 뜨겁고 달콤했다. 그는 아주 거친
느낌으로 나를 제압해오고 있었다. 그의 혈기에 압도된 나는 내가 먼저 도발했다는
것도 잊어버린 채 그에게 순종하는 여자의 모습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뜨거운 키스
가 이어지는 동안 그의 두 손이 쉴 새 없이 내 몸 구석구석을 더듬고 있었다. 그의 손
길은 내 몸 곳곳에 자리 잡고 있던 욕정을 하나하나 깨워주는 것처럼 나를 자극해오
고 있었다. 한참 동안 이어진 뜨거운 키스로부터 벗어난 나는 서서히 아래쪽으로 내
려가며 그의 몸을 입술로 더듬기 시작했다. 그가 나를 맛본 것처럼 나 역시 그를 맛
골프는 19홀로 완성된다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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