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X LESSON
각
인이란 심리학 용어가 있다. 너무 강렬하게
기억에 저장돼 수많은 시간이 흘러도 잊혀
지지 않을 정도로 깊게 아로새겨짐을 뜻하는 용
어다. 내 기억 속에도 그런 각인이 있다.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을 알법한 영화 ‘원초적 본능’의 한
장면이 바로 그것이다. 희대의 섹시 아이콘 샤론
스톤과 남자 주인공 마이클 더글라스의 섹스 신
에서 샤론 스톤이 마이클 더글라스의 등에 절정
의 순간 아주 깊은 손톱자국을 남기는 장면이 그
것이다. 워낙 아찔한 영화였던 만큼 그보다 더 야
한 장면도 많았지만 내겐 그 모든 장면을 제치고
첫 손가락에 꼽힐 만큼 짜릿했던 순간이었다.
그 날 이후 그 장면은 내겐 일종의 로망으로 자
리 잡았다. 나도 저렇게 정열적이고 뜨거운 섹스
를 해보고 싶다는 열망에 사로잡힌 것. 그러나 불
행히도 내게 그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내 섹
스가 그들만큼 뜨겁지 않았을 수도 있고 혹은 내
가 상대한 여자들이 샤론 스톤만큼 열정적이지
않아서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그 여자들에게 손
톱자국을 내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일. 결국 내
로망은 여전히 미완성인 상태에서 머물러 있다.
혹시 내가 큰 용기를 내어서 여자들에게 부탁을
했으면 어땠을까? 모르긴 해도 그리 고운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아마 그랬겠지. 어디서 이런 변태가
나왔을까 하는 정도. 새디즘에 빠져있는 여자가 아
니라면 당연히 그랬을 거다. 참고로 말하면 나 역
시 마조히즘을 즐기는 사람은 아니다. 단지 그때의
그 장면이 너무도 충격적으로 다가왔었고 그래서
한번쯤은 그런 순간을 느끼고 싶었을 뿐이다.
어쩌면 이 글을 보는 남자들 가운데서도 이런
생각을 하는 이가 있을 것이다. 사랑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할퀴고 깨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
하는 사람 말이다. 그런 당신의 섹스는 지극히 근
엄하고 청교도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면 오산
일까. 내 말이 맞을 확률이 크다. 동양 최대의 섹
스 문헌인 소녀경을 보면 섹스 중 할퀴기와 깨물기
는 극도로 흥분하거나 육욕에 가득 찰 때 일어나
는 일이라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소녀경을
색다른 테크닉 깨물기의 묘미
간혹 우리는 신문이나 TV에서 ‘영광의 상처’란 표현을 접하곤 한다. 주로 운동선수들이 시합 중 최
선을 다하는 와중에 얻은 부상을 가리켜 관용적으로 쓰는 표현인데 이런 영광의 상처는 비단 운동
장에서만 발생하는 건 아니다. 때론 침대에서도 이런 경우를 접하기 때문. 너무 격렬한 키스로 인해
목에 생기는 키스 마크 같은 게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그러나 그보다 더한 것도 있다. 이빨 자국이
나 손톱자국이 그것. 남들이 볼까 신경 쓰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뜨겁게 불타올랐음을 보여주는 것이
니 이야말로 영광의 상처가 아닐까.
20 October 2016 SPARK
들먹이지 않더라도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다.
가히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서로를 탐닉하지 않
는 이상 몸에 상채기를 낼만큼의 격렬한 섹스를
할 수는 없다. 그게 할퀸 상처이건 혹은 깨문 상
처이건. 그만큼 이 행위들은 과격함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험 요소가 큰 만큼 수반되는
쾌락도 크다. 서양의 성서 ‘카마수트라’는 성행위
중 할퀴는 방법과 할퀸 자국을 내는 매우 특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