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POINT
두 사람만을 위한 은밀한 스트립쇼
동네 놀이터 그네에 걸터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몰래 하는 섹스가 아닌 이상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옷을 벗어야 한다. 이 말은 곧 제대로 된 섹스의 시작이 옷 벗기에서 비롯된다
는 뜻이다. 그녀가 내 앞에서 옷을 벗는 걸 군침 삼켜가며 보던 시절을 떠올려보라. 그때의 설렘이
어땠는지 기억나? 심장이 터질 것처럼 쿵쾅거렸을 거야. 근데 왜 지금은 그 과정을 생략하는 건지.
처음의 설렘을 다시 맛보고 싶다면, 지루한 섹스에 온기를 불어넣고 싶다면 제대로 옷 벗기에 도전
해보는 건 어떨까.
스트립쇼를 하는 거지. 서로가 서로에게 프라이
빗 댄서가 되어 한껏 요염하게 옷을 벗는 거야. 벗
겨줘도 좋고 벗어도 좋아. 스트립쇼를 본 사람이
라면 알거야. 무대 위의 그녀가 느릿느릿 옷을 벗
는 그 과정이 얼마나 외설적인지를. 바로 그걸 하
는 거야. 특별한 스트립쇼. 관객은 오직 하나, 그
러니 더 이상 야할 수 없을 정도로 끈적끈적한 스
트립쇼를 해보자고.
제대로 된 무대 의상이 필요해
동
의할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섹스란 극한 런 건가. 출발 신호가 울리면 미친 듯 질주해 결승 둘만의 스트립쇼라고 거창하게 말해놓고 기껏 벗
의 유희라고 생각해. 이보다 더 재밌는 놀이 점으로 향하기 급급하니 때론 섹스가 아니라 배 어 내리는 게 파자마라면? 그것도 아니고 그냥 반
가 없을 정도로 때론 짜릿하고 또 때론 기대감 자 설하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니까. 조금 더 여유를 바지에 목 늘어난 면티를 벗는다면 어떨까. 생각
아내는 일이란 거지. 한편의 드라마처럼 긴장도가 가져보는 건 어떨까. 이것저것 한 그릇에 다 넣고 만 해도 김빠진다. 그럴 거면 스트립쇼를 할 이유
점차 고조되어 클라이맥스로 달려가 쾅 하고 터 한 번에 비벼먹는 비빔밥 말고 애피타이저부터 먹 가 없다. ‘어차피 벗을 옷인데 아무거나 입으면 어
지는 걸 겪어본 이라면 내 말에 동의할 거야. 그 고 메인디시와 디저트를 음미하는 그런 섹스를 해 때’라는 생각은 처음부터 서랍 안에 넣어둘 것.
어느 과정 하나 즐겁지 않은 게 없는 일, 그게 바 보란 말이야. 그러고 나면 좀 더 삶이 윤택해질 거 특별한 이벤트이니 만큼 그에 걸맞은 특별한 의상
로 섹스지. 따라서 섹스를 제대로 맛보려면 차근 야. 속는 셈 치고 한번만 따라와줘. 이 필요해. 그렇다고 동대문 시장에 가서 반짝이
차근 단계를 밟아가야 해. 시작과 함께 클라이맥 오늘은 그런 의미에서 정말 제대로 된 프랑스 양복을 사 입으라는 건 아니니 걱정은 붙들어 매
스에 도달하는 건 제대로 된 섹스가 아니란 뜻이 코스 요리를 준비했어. 특히 신경 쓴 게 바로 애피 도 좋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입는 옷들도 잘만 활
지. 남자도 여자도 그걸 바라지는 않을 거야. 타이저야. 애피타이저라고 말하니 전희를 떠올리 용한다면 얼마든지 훌륭한 스트립 의상이 될 수
그런데 요즘 보면 그런 과정을 제대로 밟는 사 나 본데, 말했잖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오 있으니까.
람이 드문 것 같아. 워낙 바쁜 세상에 살아서 그 늘 권하는 애피타이저는 바로 옷 벗기야. 일종의
16 November 2016 SPARK
남성의 경우라면 역시 가장 권할 만한 건 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