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Maxim
Cheer up !
그녀들을 보면 기분이 좋다 . 이름 읽을 때부터 기분이 좋다 . 여러분도 읽어보라 . 치어리더 . 입 양끝이 당기면서 미소를 지을 때와 비슷한 근육 움직임이 발생한다 . 우리말 ‘ 응원단 ’ 도 있지만 어쩐지 영어가 더 산뜻하게 읽힌다 .
이번 호 표지는 박기량씨에 이어 맥심의 두 번째 ‘ 치어리더 ’ 표지다 . 주인공은 상큼한 미소와 시원시원한 안무로 오랫동안 사랑받은 치어리더 김연정이다 . 맥심은 곧 있을 WBC에서 우리 대표팀의 건승을 응원하는 의미로 그녀를 표지모델로 선정했다 . 스포츠나 치어리더 콘셉트 화보가 쉽진 않다 . 자칫하면 현실과 동떨어진 그림을 뽑게 되거나 , 반대로 상투적인 클리셰에 그치고 만다 . 이번 표지 작업을 맡은 채희진 에디터와 촬영을 맡은 포토그래퍼 박율 실장 역시 고민을 거듭했다 . 편집장이 강제로 (?) 정한 콘셉트를 뒤집을 수도 없고 , 하하하하하 ... 하아 ... 나도 약간 걱정은 됐다 . 그래서 간만에 표지 촬영장을 찾았다 . 경기도 파주의 한 스튜디오에서 치어리더 김연정씨의 촬영이 진행 중이었다 . 노란색 상의에 하얀 스커트를 입은 그녀가 보였다 . 잠깐 촬영 쉬는 틈에 다가가 “ 촬영 잘 부탁합니다 .” 라고 인사를 했다 . 그녀는 생글생글 웃으며 촬영장 분위기가 즐겁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 박기량씨도 그랬지만 치어리더들은 긴 촬영에도 지친 기색이 없다 . 촬영장에 있는 누구보다 에너지가 넘치고 밝다 . 특히 그녀들의 스태미나는 감동적인 수준이다 . 하긴 , 장장 5시간 넘어가는 야구 경기 중에도 그녀들은 늘 갓 핀 개나리꽃처럼 싱그럽지 않던가 . 아침부터 부산에서 올라와 피곤할 법도 한데 연정씨는 우리의 가이드를 뛰어넘는 표정 연기와 포즈 , 활력으로 분위기를 리드했다 . 응원 받은 쪽은 오히려 맥심 스태프들이었다 . 아 , 역시 치어 + 리더로군 , 하고 생각했다 .
사람들은 그녀들을 ‘ 경기장의 꽃 ’ 이라고 한다 . 예쁘고 눈길이 가니까 . 하지만 저 표현만으로 그녀들을 설명하긴 부족하다 . 치어리더는 현장 분위기를 리드하고 팬들과 함께 응원하며 기쁨을 나누는 프로다 . 그녀들은 단상에 오른 자신의 표정 하나 , 손끝 동작 하나가 분위기를 어떻게 좌우하는지 알기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양의 연습을 한다 . 부상도 잦다 . 원정을 가면 가끔 탈의실이 없어 차 안이나 공공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기도 한다 . 일부의 부정적 편견 , 힘든 일정에도 불구하고 대중 앞에서는 항상 밝은 모습을 보인다 . 쉬운 일이 아니다 . 그래서 나는 맥심 2015년 2월호 인터뷰에서 박기량씨가 한 말이 유난히 기억에 남았다 . 그녀는 “ 다른 것을 포기할 정도로 치어리더 일이 좋다 .” 라고 말했다 . 내가 만난 두 치어리더는 자신이 미디어에 어떻게 비춰지느냐에 따라 스포츠계에 종사하는 모든 치어리더의 이미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성숙한 책임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 치어리더는 그냥 예쁘기만 한 존재가 아니다 . 몸이 부서져라 뛰면서도 참고 웃는 근성과 책임감을 가진 그녀들에게 ‘ 꽃 ’ 이라는 표현은 너무도 유약하고 수동적이다 . 작년 10월 , 잠실구장 안 화장실 앞에서 치어리더 성추행 사건이 있었다 . 사실 이 건만 기사화되어 그렇지 그녀들을 몰래 촬영하거나 추행하고 욕하거나 변태적인 방법으로 괴롭히는 범죄는 많다 . 범죄는 처벌받아 마땅하다 . 그런데 더 절망적이었던 건 그 기사에 달린 한 댓글이었다 . “ 복장이 성욕을 자극하니 성추행 당하는 것 아니냐 .” 우리는 아직 이런 낮은 수준의 사고를 하는 사람과 같은 시대를 산다 . 물론 모든 이가 그녀들을 비뚤어진 시선으로 보진 않는다 . 다만 , 치어리더를 포함하여 걸그룹이나 맥심 같은 미디어 속 여성들의 자기표현을
‘ 함부로 만지길 허락하는 신호 ’, ‘ 헤픈 도덕성 ’ 또는 ‘ 폭력과 비난을 감수한다는 사인 ’ 으로 오인하는 과격한 바보와 억지 도덕이 상식 , 이성과 혼재하는 것이다 .
세상이 그녀들을 어떻게 보고 대하는지가 뭐 그리 중요하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 아니 . 중요하다 . 이것은 단순히 엔터테인먼트 영역 이야기가 아니다 . 개인의 자유와 권리 , 그리고 그 영역에 대한 이야기다 . 우리는 한때 경찰이 치마 길이를 재고 두발 단속을 하던 시대 , 이젠 원로가 된 가수 박미경의 배꼽티에 “ 말세 ” 라고 하던 세상을 살았다 . 지면에 ‘ 섹스 ’ 라는 표현을 쓰는 것 역시 금기시되어 대체 단어를 찾던 때가 엊그제다 . 심지어 “ 저렇게 입으면 희롱하거나 만져달라는 것이다 ” 라는 말이 먹히던 시절이 있었다 . 지금은 어떤가 . 배꼽티에 호들갑을 떨던 시절이 우스울 정도로 인식이 바뀌었다 . 회사 주변에선 크롭탑 티셔츠를 입고 다니는 여성을 흔히 볼 수 있지만 달려들어 만지는 이도 , 자로 길이를 재는 경찰도 없다 . 아직 우리나라 방송에선 ‘ 섹스 ’ 라는 말을 쉽게 꺼내진 못하지만 전보단 소재와 표현에서 자유로워졌다 . 출판도 마찬가지 . 예를 들어 , 이 지면을 섹스 , 섹스 , 섹스 , 섹스 , 섹스 ... 라고 꽉 채웠대도 날 좀 또라이로 볼지언정 잡아다가 코렁탕을 먹이진 못한다 . 이곳에서 나와 함께 맥심을 만드는 동료들은 , 아직은 파격 , 음란 논란에 휩싸이기 십상인 그 많은 표현의 자유들이 머지않아 다른 평가를 받을 것이라 믿으며 일한다 .
맥심에 다니면서 발견한 흥미로운 사실 . 우리의 섹시 화보는 종종 세간의 화제에 오르는데 , 모델에 대한 원색적인 성적 비하나 비난을 하는 이는 대개 맥심 바깥의 포털이나 공짜로 오픈된 유튜브 , 익명성에 기댄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만 존재한다는 거다 . 맥심이 운영하는 독자와의 소통 창구나 공식 SNS 에는 모델의 인격이나 자기표현 , 성적 자기결정권 등의 개인 영역을 침범하거나 희롱 , 비난하는 이가 놀라울 만큼 없다 . 존중하거나 , 최소한 내버려둔다 . 이미 익숙해서 ? 글쎄다 . 후배 에디터가 이렇게 말했다 . “ 그녀들을 움츠러들게 하고 , 억지로 꽁꽁 싸매게 만들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우리 독자들은 아는 거죠 .” 콘텐츠가 더 즐겁고 자유롭고 섹시하려면 , 매력적이고 섹시한 여성들이 더 많아지고 , 더 자신감 있게 자신을 표현하게 하려면 남자들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체득한 것은 아닐까 . 희롱이나 비난 대신 ‘ 예쁘다 ’, ‘ 섹시하다 ’, ‘ 매력적이다 ’ 라고 느끼는 그대로 말해주면 모델들도 더 신이 난다 . 인정하고 존중하는 만큼 볼거리도 많아진다 . 최소한의 상식 . 우리 독자들은 이 아름답고 쾌활한 여성들이 선사하는 표현의 자유와 엔터테인먼트를 있는 그대로 즐기며 응원한다 . 굳이 그것을 비난해가며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을 망치지 않는다 . 응원은 그대로 ‘ 나 ’ 를 향해 돌아온다 . 타인을 괴롭히거나 허락 없이 신체를 만지는 등 사적 영역을 침범해선 안 된다는 것이 지금 우리 사회의 상식이다 . 그 상식의 전제 안에서 우리는 표현의 자유를 , 당신은 엔터테인먼트를 누릴 자유를 추구한다 . 이것이 우리와 독자들의 결속이다 .
야구와는 좀 다른 얘길 했지만 , 이제 WBC가 개막한다 . 우리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길 바란다 . 프로야구 새 시즌도 곧 시작한다 . 혹시 구장에서 , 티비에서 열정적으로 땀 흘리는 치어리더를 보게 되면 우리 독자들이 먼저 뜨겁게 응원해주시길 바란다 . Ready , Set , Go !
2017년 3월 편집장 이영비 드림
Editor in Chief YOUNG BEE LEE
1 2 maxim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