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XIM US
디자이너 톰 포드의 첫 영화 데뷔작 < 싱글맨 > 에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남긴 카메오 한 명이 등장한다. 하얀색에 가까운 백금발에 요염한 자태로 여자는 담배 연기를 뿜으며 남자 배우에게 귓속말을 하다가 때로는 카메라를 응시하기도 한다. 카메라가 그녀의 얼굴에 가까워질수록 관객은 그녀의 입술에서 시선을 뗄 수 없게 된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간 그녀의 입술은 멍하게 떨어져 있어, 당장에라도 키스를 퍼붓고 싶게 만든다. 스크린 속 유명 할리우드 배우보다 더 시선을 사로잡았던 이 여자의 정체는 모델 알라인 웨버. 고양이처럼 긴 눈매와 토끼 입술로 패션계의 이목을 끈 그녀는 최근 수많은 러브콜을 받으며 여기저기 많은 장소에 출몰했다. 패션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그녀 얼굴을 지나가면서 한번쯤은 봤을 거다. 톰 포드의 립스틱 광고에서 11명의 남자와 키스를 하고, 멕시코와 일본에서도 잡지 커버를 장식했다. 켈빈 클라인과 마크 제이콥스의 런웨이에 서는가 하면, 유명 포토그래퍼 듀오 이네즈 앤 비누드와도 함께 작업했다.
모니터 속 웨버는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가 있는 여자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하러 카페에 들어선 그녀는 마치 집 앞 편의점을 가는 듯한 편한 맥시 드레스 차림이다. 그녀는 두 사람이 먹기에 너무 많은 양의 음식을 시키곤 같이 나눠 먹으면 된다며 시원하게 웃었다. 동네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편안함에, 웨버가
현재 가장 잘 나가는 모델 중 한 명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섹시한 포르투갈 억양으로 말을 하는 순간 역시 동네 친구는 말도 안 되는 착각이라는 걸 깨닫는다.
브라질의 작은 동네 세아라에서 발굴한 모델, 알라인 웨버. 그녀는 14세란 어린 나이에 큰 도시 상파울루에서 커리어를 쌓기 시작했고, 17살이 됐을 땐 이미 잘나가는 모델이 되어 뉴욕에 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영어를 아예 못 해서 힘들었죠.” 그녀가 말했다. 하지만 그 치열하다는 뉴욕 패션계에서도 웨버의 커리어는 탄탄대로를 걸었다. 탈색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누군가의 추천에 백금발로 변신을 하고, 19살의 나이에 발렌시아가 패션쇼에 서게 된 것.“ 그게 제 인생의 큰‘ 한 방’ 이였던 것 같아요. 그 뒤로 모든 게 바뀌었어요.” 그녀가 참치 샌드위치를 베어 물며 말했다.( 웨버는 동물 애호가로 육식을 하지 않는다. 그녀는 고향에 있는 유기견 보호센터 두 군데를 후원하고 있다.) 그 후에 그녀는 뷰티업계와 계약을 맺기 시작했고(“ 여기가 가장 큰돈이 되죠.”), 광고와 카탈로그까지 섭렵했으며(“ 뷰티까진 아니지만 꽤 짭짤하죠.”), 드디어 잡지 화보까지 찍기 시작했다(“ 돈은 안 되지만 여행을 갈 수 있어 좋아요.”). 영화 촬영 역시 갑자기 일어난 일이었다. 디자이너 톰 포드가 그녀를 한눈에 마음에 들어 했고, 곧장 그녀를 로스앤젤레스로 불렀다.“ 카메라 테스트 같은 것도 없었어요. 바로 촬영장에서 헤어메이크업을 받았죠.” 웨버가 말했다.“ 심지어 톰 포드 감독은 촬영장에서 처음 만났어요! 그냥 제 사진만 보고 캐스팅한 거예요.”
웨버의 일상은 보통 우리의 평소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스케줄이 없는 날엔 아침 일찍 일어나 입양한 반려견과 산책을 한 후, 바이크를 타고 드라이브를 나간다. 친구들을 불러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그 외의 시간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뒷마당을 정리한다. 밖에서는 화려한 모델이지만 실제로는 집순이라는 그녀. 대조적인 두 삶을 사는 그녀의 사전에‘ 스트레스란 없다’ 고.“ 모델계가 워낙 경쟁이 심하다 보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죠. 하지만 촬영이 끝나면 이 일에 대해서 더 생각하지 않으려 해요.” 그녀가 말했다. 경쟁이 심하다곤 하나 웨버에게 일이 끊긴 적은 없다. 그녀는 벌써 13년 차 모델이다.“ 그냥 흐르는 대로 사는 거예요.”
웨버는 본인의 전성기는 지났고, 새로운 일을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넌지시 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디자이너들이 그녀를 찾고 있어 아직은 다른 일을 시작할 때가 아니다.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는 꽤 여유롭다. 미래의 성공보다는 현재를 충분히 즐기고 있기 때문. 웨버는 담백한 말투로 지금이 좋다고 말한다.“ 저는 제 일에 만족해요. 아직까진 별문제 없어요.”
1 1 0 maxim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