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활동하는 건 굉장히 오랜만이지? 마이노스 형과‘ 이루펀트’ 로만 활동했지. 솔로 활동은 3년 만이다.
최근 5집 앨범 < WATER > 를 발매했다. 갑자기 웬 물타령인가?‘ Walking Across The Escape Room’ 의 약자다. 음악 인생에 있어 전환점이 될 앨범이라 생각한다. 그전보다 스타일도 다양하게 담았고, 실험도 많이 했거든. 첫 곡‘ 방음’ 부터 마지막 곡‘ Welcome’ 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흐름에 따라서 만들었다. 소설책 읽듯 순서대로 트랙을 들어줬으면 좋겠다.
타이틀 곡 제목이‘ 외국인’ 이다. 혹시 지금 외국인 만나는 거 아냐? 딱 외국인이라기보단 문화가 다른 분을 만나고 있다.
농담이었는데 얻어걸렸군. 마침 이번 달 MAXIM 화보에도 러시아 출신‘ 안젤리나 다닐로바’ 가 나온다. 실물이 더 예쁘더라. 부럽다. 당신의 동공을 사고 싶다.
키비 하면 역시 가사다. 자살하려는 사람의 마음을 돌리기도 하고, 노래가 소설책으로 나오기도 했잖아.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잘 쓴 가사는 뭔가?“ 꿈이 뒤집히면 묶이니까” 라는 구절이다.‘ 꿈’ 이란 글자를 뒤집으면‘ 묶’ 자가 되는데, 실제로 우리가 꿈을 꾸다 이뤄지지 않으면 마음이 무겁게 묶이지 않나? 그런 과정을 본떠서 썼다. 가사를 내가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써준 느낌이 들었다.
가사 쓸 때 접신하나 보다. 요즘 부쩍 노래도 많이 하던데? 욕심이 없진 않다. 노래하는 걸 좋게 보는 의견도 있고, 그냥 보컬한테 맡기라는 의견도 있다. 근데 내가 쓴 가사다 보니 직접 표현하고픈 색깔이 있다. 그럴 땐 보컬에게 부탁하기보다 스스로 소화해보려 노력한다. 하다 보면 늘지 않겠나?
한때 소울컴퍼니의 수장으로 한국 힙합의 중심을 이끌었는데 지금은 변방으로 밀려난 느낌이다. 그동안은 미디어에 잘 나서지 않았는데, 이젠 다양한 콘텐츠를 적극 활용해 나와 내 음악을 알리고 싶다. 감성 힙합 같은 단어들로 내 음악을 설명하고 싶지 않다. 트렌드를 떠나 내가 가고 싶은 길의 방향성을 분명하고 꾸준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공감해주는 분들이 생기다 보면 또 시장성을 얻게 되겠지.
그간 더 콰이엇이나 매드 클라운 등의 옛 동료들 이름은 정상에 오르내린다. 솔직히 질투나지? 각자의 영역을 잘 만들고 있다. 우리가 함께 노력해왔던 뿌리를 바탕에 둔 결과물이니까 질투할 일이 아니라 고마운 일이다. 내가 해야 할 역할도 있을 거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노력해야지.
소울컴퍼니 해체 후 마이노스와 함께 이루펀트라는 팀으로 활동 중이다. 어째 점점 둘이 닮아가는 것 같은데? 애초에 그래서 팀을 결성했다. 목소리도 비슷하고, 생김새도 닮았다는 소릴 자주 들었다.“ 너네 둘이 팀 해봐” 그러는데 재밌겠다고 생각해서 했지. 그것도 벌써 10년이 넘었으니까, 표현이 거시기하지만 왜“ 부부는 닮는다” 라고 하잖나.
마이노스보다‘ 이건 내가 더 낫다’ 하는 점은? 결혼을 안 해서 가능성이 열려 있다든지? 가능성이 좁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나이만 들고 있잖아. 다른 것보다 마이노스 형이 방송 등 대외적으로 활동해주고 있어 고맙다. 나는 반대로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 집중하는 편이지. 앨범을 낼 때 내가 레시피를 짜서 요리를 쫙 해놓고, 마이노스 형이 와서 소스를 쫙 뿌리고. 그렇게 완성을 한다.
마이노스는 다 차린 밥상에 소스만 뿌린다? 워낙 마이노스 소스가 기가 막히지 않나.( 웃음) 농담이고, 나는 프로듀싱 하는 관점에서, 마이노스 형은 플레이어로서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이루펀트가 완성된다. 그래서 케미가 좋지. 형에게는 언제나 많은 도움을 받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 쇼미더머니 > 어떻게 생각하나? 초반엔 안 좋게 생각했지만 회를 거듭하며 긍정적인 부분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시장에 들어오고 싶은 루키들에게 너무 좋은 기회니까. 래퍼들이 활동할 터전이 계속 유지되길 바란다. 나 또한 그 바탕이 되는 역할을 소명으로 삼고 있고.
만약 이루펀트에게 < 쇼미더머니 > 프로듀서 제안이 온다면? 당연히 긍정적으로 고민할 거다. 지금은 시청자로 재미있게 보지만, 나가면 아티스트들과 새롭게 만날 수 있잖아. 새 시즌이 곧 시작할 텐데, 누가 나올지 궁금하다.
옛 동료 더 콰이엇은 프로듀서로 참가해 좋은 후배들을 영입했다. 혹시 본인이 영입하고픈 인재가 있나? 아직은 그런 친구가 없다. 지금은 아티스트로서 활동량을 늘리고 내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 나중에 영입 모드로 마음이 바뀌면 당연히 고민을 하겠지.
예전에 패션 테러리스트로 소문이 났었다. 한창 사람들한테 놀림받았잖아? 아, 인정 인정. 아직도 잘 입는 편은 아니지만, 예전보단 관심 갖게 됐다. 인스타그램으로 자기 이미지를 룩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한 시대잖아? 이제는 테러리스트까진 아니고, 살아서 숨은 쉬는 정도다.
랩 네임인 키비가 < 스타크래프트 > 배틀넷 아이디라면서? 내가 또 알아주는 겜돌이였다. 최근에 피시방 가서 하는데 재밌더라. 요즘은 작업에 방해될까 봐 참고 있는데, 사실 < 삼국지 > 마니아기도 하다. 얼마 전 앨범 낸 기념으로 천하 통일 한 번 했다. 앨범 하나 낼 때마다 천하 통일 한 번씩 할 거다.
연애는 잘하나? 가사 들어보면 여심 엄청 잘 알 것 같은데. 심리학과 출신이기도 하고. 실제에선 가사 속 인물처럼 매너 있게 하진 못 한다. 그렇게 가사 써놓고 부끄러울 때가 많지. 오히려 가사를 쓰면서‘ 아 실제로도 이렇게 닮아가야지’ 하고 노력한다.
이상형은 어떤 사람인가? 자기 일이 뚜렷한 여자가 좋다. 커리어 우먼?
오피스 페티시가 있는 건가? OL물 좋아해?...( 무시) 자기 일을 열정적으로 하는 여자를 보면‘ 아 섹시한데?’ 란 생각을 한다.‘ 그녀의 사무실’ 이란 노래도 냈지. 그런 여성분이면 내가 하는 일도 존중과 사랑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슬슬 마무리하자. 팬들에게 어떤 이미지로 각인되고 싶나? 내 음악을 듣고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 음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나도 힐링이 되고 휴식이 된다. 내 음악을 듣는 사람에게도 그런 역할을 하고 싶다. 듣기만 해도 쉬는 것 같고 기분도 좋게 만드는 음악을 하는 사람.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오랜만에 솔로 앨범 냈으니 콘서트를 하고 싶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얼른 무대에서 만나자.
March 2017 maxim 9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