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전에 그녀에게 봉투를 건네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돈인 그제야 그녀가 긴장을 푸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자신
것 같았다. 남자가 떠나고 나서 여자가 봉투를 열어 돈을 확인 의 차가 고급 외제차였기에 나쁜 사람은 아닐 거라는 인상을
하는 것을 보면서 왠지 모를 희망이 싹텄다. 돈으로 저 여자를 준 건지도 몰랐다. 게다가 꼭대기층은 펜트하우스가 아닌가.
사는 게 가능하다면 자신이야말로 적격 아닌가. 돈이라면 얼 그 정도 집에서 살고 고급 외제차를 모는 중년남이 그렇게 위
마든지 있었다. 저 남자보다 더 많은 돈을 줄 수도 있었다. 문 협적일 수는 없었다.
제는 무턱 대고 그녀에게 돈을 들이밀며 동침을 요구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랬다간 성추행범으로 몰리는 게 요즘 세태
니까. 아무래도 그건 무리란 생각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었다.
가질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 더욱 가지고 싶어지는 게 사람의
심리 아닌가.
그래도 그 일은 불가능해보였다. 답답한 마음에 밖으로 나
“아, 그러시군요. 반갑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며가며 뵌 것
같기도 하고.”
실제로 본 그녀는 망원경으로 본 것보다 젊어 보였다. 몸매
야 워낙 많이 봐서 익숙하지만, 흐흐.
“어디 가시나 봐요?”
“네, 마트 좀 가려고요.”
왔다. 탁 트인 외곽도로를 드라이브라도 하고 나면 좀 속이 뚫 “저도 지금 마트 가는데. 괜찮으시면 타세요.”
릴 것 같아서다. 지하 주차장으로 가 차에 시동을 걸고 아파트 마트는 무슨, 그냥 드라이브 가는 길이었는데.
단지를 지나치는 순간이었다. 낯익은 뒤태가 보였다. 그녀였 “아니에요. 폐 끼칠 수야 없죠.”
다. 반사적으로 클랙션을 눌렀다. 그러자 그녀가 고개를 돌렸 “폐는 무슨. 같은 단지 주민인데. 그리고 어차피 마트 가는
다. 조수석 문을 열고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누군지 몰라 갸우뚱 하는 그녀.
“저 건너 꼭대기층 사는 사람입니다. 오며 가며 얼굴이 낯익
은 거 같아 인사나 하려고요.”
56 April 2018 SPARK
길이었어요. 날씨 꽤 쌀쌀해요. 감기 걸려요. 그냥 타세요.”
못 이기는 척 그녀가 차에 탔다. 마트까지야 15분 정도였다.
가는 길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전 기러기 아빱니다. 애가 미국에 가서 혼자 살지요. 그래
서 혼자서 장 보고 혼자서 청소하고 그럽니다. 정확히는 파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