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의 떨림이 조금 가시는 걸 느낀 나는 눈짓으로
미리 옷을 벗은 그를 불렀다. 남자가 다가오자 소영은 내 손을 꼭 잡으며 나를 불렀다.
나는 안심하라는 듯이 최대한 편안해 보이는 얼굴로 소영을 쳐다보며 소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천천히 다가온 그는 소영의 몸을 쓰다듬기 시작했다. 골반에서 허리를 타고
가슴으로 이동한 손은 어느덧 소영의 가슴을 살짝 움켜쥐었다. 소영은 잠시 움찔거렸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소영의 반응을 지켜본 그는 다른 한 손으로
소영의 허벅지와 사타구니를 만졌다.
히 느낄 수 있었다. 일종의 영감 같은 게 떠오른 게 바로 그때
해지된 거라고 생각할 그 즈음,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였다. 어쩌면 이 순간이 우리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시킬 수 있 “그렇게 하면 우리가 전처럼 있을 수 있나요?”
는 반환점이 될 지도 모른다는 그런 생각 말이다. 물론 쉬운 전화를 통해 처음 들려온 말이 그거였다.
일은 아닐 것이다. 섹스 파트너라고는 해도 그녀가 아무 남자 “그럴 거야. 난 그렇게 생각해.”
와 몸을 섞는 타입의 여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 “그럼 딱 한번이에요. 약속해요. 딱 한 번만 한다고.”
면 내가 3년이라는 세월동안 그녀를 옆에 두지도 않았을 거다. “알았어. 딱 한 번이야. 약속할게.”
그런 여자가 아니라서 내가 그녀를 가까이 한 것임에 비추어본 그녀의 승낙을 듣고 나자 오히려 복잡해진 건 나였다. 이제
다면 지금 이 상상이 현실로 이어지는 데는 꽤나 큰 장애가 있 공은 내 쪽으로 넘어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 일이 내
을 거란 점은 분명했다. 가 원한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더욱 그랬다. 또
그러나 이대로 간다면 파국이다. 솔직히 그런 파국은 막고 한 그녀의 승낙이 오로지 내 기쁨을 위한 것이었다고 생각하니
싶었다. 그녀도 나도 원치 않는 결말이었으니까. 그 사실을 이 착잡하기도 했고. 이 모든 건 내가 자초한 일이었으니 마무리 역
용한다면 어쩌면 가능할 지도 몰랐다. 맛있는 밥을 원한다면 시 내가 해야 했다. 일단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했다. 함께
뜸을 들여야 하지만 이런 일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할 남자를 찾는 일이 그것이었다. 며칠간의 인터넷 서핑 끝에 쓰
있다고 믿었던 나는 단숨에 쇠뿔을 뽑고자 했다. 그래서 그 다 리섬을 주로 하는 카페를 찾을 수 있었고, 거기에 우리의 상황
음 만남에서 대놓고 말해버리고 말았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 을 올리고는 함께 할 남자를 찾았다. 역시나 많은 지원자들이
는 펄쩍 뛰었다. 모였고 난 그중에서 가장 매너 좋아 보이는 사람을 골랐다.
“그건 안 돼요. 절대로 안 돼요. 지금 농담 하는 거죠?”
몇 번의 경험이 있다는 그는 이십대 중반의 회사원이었는데
“아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외모도 괜찮았고 무엇보다 거대한 물건이 돋보이는 남자였다.
소영은 잠시 멍하게 굳어 나를 쳐다보았다. 사실 그 물건이 나를 위축시키기도 했는데 그래도 그녀에게 색
“내가 싫어졌어요? 질렸어요? 아니면 어디 여자라도 생긴 거 다른 경험을 시켜준다고 생각했기에 열패감을 누르고 그를 선
예요?”
택했다. 몇 번의 전화와 문자를 통해 그와의 만남을 확정지은
“아냐, 그건 절대로 아냐.” 나는 소영에게 그 일이 결정되었음을 통보했다. 착잡한 표정을
“그럼 질리기라도 한 거예요?” 지어보였지만 자신의 결정을 뒤집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질렸다기보다는 이대로 가면 우리, 어쩌면 헤어질 지도 몰 흘러 마침내 운명의 그 날이 찾아왔다.
라. 너도 알잖아?”
오늘 소영은 내가 보는 앞에서 새로운 남자를 받아들이게
그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단지 말하지 않았을 뿐. 한참 된다. 모텔로 향하는 동안 나는 억지로 웃어 보이며 소영을 안
이나 그녀의 고민이 이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우리의 마 심시키려고 했다. 먼저 모텔방을 잡고 기다리고 있자 그가 십분
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는 초조함만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었 후에 방으로 올라왔다. 밖에서 먼저 만나서 어느 정도 시간을
다. 그녀의 입이 열렸다. 가질까도 생각했지만 그런 식으로 감정을 교류한다는 것 자체
“생각할 시간을 줘요.” 가 오히려 이 상황을 악화시킬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에 처음
그렇게 그 날은 지나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일 부터 모텔에서 만나기로 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소영은 엄청나
주일이 되도록 그녀에게선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아무래도 내 게 긴장한 기색을 선보였다. 왜 안 그럴까. 입장 바꿔서 나라고
제안은 거부된 모양이다. 아울러 우리의 오랜 파트너십도 계약 해도 긴장했을 것이다. 물론 그 종류는 좀 다른 것이었겠지만.
SPARK April 2017 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