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SPARK 2017 03_new | Page 53

“아 씨발 왜 이렇게 천천히 가요. 좀 빨리 가라고.” 한 눈에 봐도 술에 만취한 것이 분명한 여자의 목소리가 내 이고, 설사 단속을 당한다 해도 남는 게 더 많으니 이 일을 관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귀를 찌른다. 기껏 해봐야 스물 너덧 쯤 된 것이 뻔한데 말하 이 일을 시작한 건 일 년 전이다. 그 전까지는 나도 어엿한 는 게 참. 이 일을 하다보면 종종 겪는 일이지만 그래도 익숙해 디자인 회사의 대표였다. 그런 내가 이 일을 하는 건 회사가 망 지지 않는다는 게 너무도 슬프다. 그래도 어쩔 수 없지. 먹고 했다는 뜻이겠지. 아직 삼십대 중반이니 다른 회사에 들어갈 살려면 싫은 티를 내서는 안 된다. 그랬다가는 바로 일이 끊어 수도 있었지만 명색이 회사를 꾸리던 내가 다른 사람의 밑으 질 게 분명하니까. 나는 콜뛰기다. 신호 위반은 필수고 차선 위 로 들어간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어찌할까 고민하 반도 아무렇지 않게 해야 하는 콜뛰기. 주로 화류계 아가씨들 던 찰나에 아는 사람의 소개로 이 일을 하게 됐는데 벌이가 쏠 을 집이나 업소, 혹은 이차를 위한 모텔로 데려다 주는 일을 쏠찮다 보니 아예 이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었다. 어차피 가정 전문으로 하는 불법운송 서비스 종사자를 통칭하는 콜뛰기. 을 꾸린 것도 아닌 남자다 보니 크게 부담도 없었다. 필요한 거 내가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라곤 무전기와 개인 휴대 전화, 영업용 휴대전화뿐이었다. 욕먹는 것이나 신호 위반 따위를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면 물론 이 일도 경쟁이 만만치는 않다. 돈이 된다는 걸 알다보 이 일은 꽤나 짭짤한 벌이를 보장해주는 업종이다. 아무리 짧 니 너나 할 것 없이 이 일을 하려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 그래 은 거리를 달려도 만원은 받게 마련이니 단골 확보만 된다면 서 단골을 잡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어려서부터 운전에 관심 하루 저녁에도 이십만 원 벌이는 너끈한 일이기 때문이다. 운 이 많았고, 그러다 보니 운전이라면 누구 못지않다고 자부하 만 좋다면 팁으로 5만원도 받을 수 있으니 한번 이 바닥에 발 는 나였다. 게다가 부모님이 물려준 반반한 외모를 지니고 있 을 들이면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일이 바로 콜뛰기다. 간혹 단속 다 보니 적당히 인기도 얻게 되었다. 그 결과 1년 남짓의 시간 에 시달려야 하긴 하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통과의례 같은 것 에 적당히 단골 아닌 단골을 확보해 나름 돈도 벌고 있는 형편 SPARK March 2017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