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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멜로 영화 # 2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우리는 천 년 묵은 도깨비도, 동화 속 왕자님도 아니다. 지글지글한 수컷의 로맨스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현실 남자의 멜로,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를 당신께 권한다.
by 이석우
하지만 진짜 두 사람 이야기인지가 나한테 뭐 그리
보러 간다. 그가 준 반지를 낀 채로. 솔직함의 대가로
중요한가. 우리 부모님도 아니고. 신경 끄고 초점을
함춘수는 희정의 관심을 얻어낸 것이다.
영화에 맞춰보자.
영화 바깥에서 보면“ 그러니까 유부남이 처녀한테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는 1, 2 부로 나뉜다. 그런데
들이대서 먹힌 게 자랑이냐” 는 해석밖에 나올 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장르: 드라마 감독: 홍상수 개봉: 2015년 09월 24일 출연: 정재영, 김민희, 윤여정, 고아성
시간순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일종의 평행 세계처럼, 동시간의 똑같은 사건이지만 다른 전개다. 사건 자체는 별것 없다. 유부남인 영화감독 함춘수( 정재영) 가 강의차 내려간 수원에서 우연히 화가 윤희정( 김민희) 을 만나고 종일 들이대는 내용이다.
없다. 현실의 불륜을 잊고 영화를 영화로만 보면, 꽤 귀중한 팁을 건질 수 있다. 남자는 비겁하지만 않아도 섹시하다는 것.
우리는 여자를 꼬실 때 뭘 보여줄지에만 신경 쓴다. 멋진 차, 고학력이나 연봉, 큰 키, 부모님의 건물 등.
1 부와 2 부에는 두 개의 결정적 차이가 있다.
은근히 또는 대놓든 그걸 전하려 애쓴다. 문제는
어떤 영화인지 맛이나 볼래?
첫 번째는 함춘수가 본인이 유부남인 사실을 숨기느냐, 드러내느냐다. 1부에선 숨긴다. 숨겨야 할
이 과정이 자신을‘ 모두’ 내보이는 게 아니란 점이다. 불리한 약점은 감춘다. 뚜벅이라는 걸 감추려 하고,
게 있으니 포장이 많아진다. 윤희정의 화실을 찾아
학벌 얘기에 발끈하고, 깔창을 깐다. 유부남이란
이해도 안 되는 그림을 보며 온갖 미사여구로 진심
사실은 더 말할 것도 없겠다. 그녀를 눕힐 확률이
아닌 칭찬을 날리기 바쁘다. 이어진 술자리에선“ 나만
떨어지겠다 싶은 진실은 최대한 숨긴다. 그리고
마시는 것 같다” 며 자꾸 희정을 취하게 만들려 한다.
그 얄팍한 포장을 들키는 순간, 여자는 그 남자의
어떻게든 불리한 진실에서 그녀를 떨어뜨려놓으려
구애를 믿지 않는다. 눕힐 확률만 높이는 건 여자에게
애쓴다. 그러나 결국 유부남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을
사랑이 아니니까. 안타깝게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홍상수 영화는 하나만 보면 나머지는 안 봐도 된다는
때, 함춘수는 다 된 밥에 재 빠트린 표정을 짓는다.
여자의 사랑을 얻을 수 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말이 있다. 반은 맞다. 다루는 주제가 한결같다.
둘은 섹스하지 못한다.
그런 태도는 보일 수 있다. 약점을 비겁하게 가리지
‘ 남자의 찌질함 발가벗기기’. 홍상수 영화의 남자들은
2 부의 함춘수는 숨기는 게 없다. 생각한 그대로를
않고 드러내는 순간, 여자는 한 남자의‘ 모두’ 를
항상 여자와 한 번 자보려 으스대거나, 부르짖거나,
입으로 뱉는 사람이다. 화실에서 희정의 기분이 상할
봤다고 느낀다. 모두 봤으니, 그가 전하는 사랑의
통곡한다. 그 지리멸렬함은 우리와 사뭇 겹쳐 보여 뜨끔해진다. 허세의 속살을 콕콕 찔리는 맛에 홍상수 영화를 본다. 그런데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는 영화 바깥에서 더 매섭게 찔러댄다. 다들 배우 김민희와 감독 홍상수의 불륜에 이 영화를 끼워 맞추기 바쁘다. 여주인공이 김민희 본인이며, 유부남인 주인공의 극 중 직업이 영화감독이니만큼 두 사람의 불륜을 미화한 게 아니냐는 비난이 영화 평보다 많다. 한 포털의 네티즌 한 줄 리뷰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건“ 그때는 맞고 지금은 쳐맞아야지” 였다.
정도로 그림에 솔직한 평가를 날린다. 술집에서는 술에 취해 사랑한다고 말하고, 이어“ 유부남이고 자식이 있다” 고 밝히며 눈물짓는다. 길바닥에서 주운 반지를 건네주며“ 우리 결혼했다” 고 외친다. 솔직한 정도를 넘어 미친놈이 따로 없다. 그날 춘수는 희정을 집에까지 데려다주지만, 섹스하지는 못한다. 둘 다 섹스도 못 했는데 굳이 왜 1부와 2부로 나누었는지는 두 번째 결정적 차이에서 알 수 있다. 희정은 1부와 2부 모두에서“ 감독님을 잘 안다” 고 말하지만 그의 영화를 단 한 편도 보지 않았다. 2부의 희정은 집에 들어온 다음 날, 춘수의 영화를
표현을 의심하지 않고 관심을 준다. 이것으로 섹스를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사랑의 첫 단추는 끼운 셈이다.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홍상수 영화는 하나만 보면 나머지는 안 봐도 된다는 말. 반은 맞다고 했다. 절반은 틀리다. 어느 영화에선 남자의 찌질함을 발가벗겨 놀려대기도 하지만, 다른 데선‘ 스스로 벗은 남자’ 에게 어떤 일렁임이 시작되는지도 그린다. 홍상수의 나머지 절반을 볼 수 있는 영화,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를 당신께 권한다.
IMAGE 영화 <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 스틸컷
3 6 maxim April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