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moBiz Beauty Store November 2018 | Page 13

편집인 칼럼 실천하지 않는 사랑은 후회로 돌아온다 지 난 6년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함께 웃고 떠들며 일하던 코스모비즈 그래픽 디자이너 에델슨 라마다 실장이 27세의 짧은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개인적인 공간에서는 필자를 “Dad”라 불렀고, 필자도 “Son”이라 부르던 유능하고 착한 동료직원이다. 숫 총각으로 생을 마감한 그를 떠나보내고 엄청난 후회와 죄책감에 며칠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다. ‘조금만 더 일찍 손을 썼더라면, 조금이라도 일 양을 줄여 줬더라면'하는 후회가 강하게 몰려왔다. 에델슨 실장이 처음 입사했을 때는 고작 21살의 나이였다. 너무 어려서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좀 더 경험 많은 선배 디자이너들의 코치를 받으며 성장해 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받아주었다. 그런데 실력은 타고나는 것인지 5년, 10년 선배들보다 훨씬 정확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거듭 만들어 Edelson Llamada 내면서 단번에 디자인실을 통째로 책임 맡게 된 실력파 직원이다. 에델슨 실장은 필리핀 사람이다. 한국인 디자이너가 없을 때는 한글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기사를 구글로 번역하여 대략의 뜻을 풀어내고 각 기자의 입에 맞게 디자인해 주는 탁월한 재주를 지니고 있다. 지시사항도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찾아 먼저 일을 시작하던 성실한 청년. 그런 에델슨 실장은 언제나 온몸 이곳저곳에 깊은 염증을 달고 살았다. 고열을 견디면서도 출근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근본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건 그저 생각뿐이었고, “빨리 병원에 가 보라"는 성의 없는 말만 반복해 왔다. 그리고 4개월 전, 편집 마감일 직전에 아파서 일할 수가 없다는 소식을 들었다. 필리핀 세부에 소재한 지사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어 당장 찾아가 확인해 볼 수도 없었다. 월급을 올려달라는 꾀병 정도로 가볍게 넘기고 말았다. 평소처럼 염증이 생겨 체온이 올라간 것일 뿐이라 짐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이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듣고 다음 편집 마감일까지 연락도 자제 하면서 쉴 수 있도록 하였다. 그것이 배려라 착각했다. 바로 그 순간 그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다는 사실은 짐작도 하지 못했다. 다음 편집 마감일이 다가오고 또다시 몸이 아파서 일할 수 없다는 말에 오히려 화가 치밀었다. 정말 후회스러운 섣부른 짐작이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그때야 문제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고 한 달 전에야 필리핀으로 달려가 보았다. 병원에서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에델슨 실장의 모습을 마주하는 순간, 무거운 죄책감이 온몸을 짓눌렀다. 담당 의사를 만나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를 찾아보려 했다. 아쉽게도 의사는 면역력을 상실하여 포타슘을 계속 섭취하라는 말뿐이었다. 병명조차 정확히 밝혀내지 못하는 필리핀의 낙후한 의료진의 설명도 원망스럽지만, 평소에 그렇게 아끼던 동료직원의 사사로운 건강상태까지 보살펴 주지 못했던 필자의 무성의함이 한없이 후회스럽게 느껴졌다. 지난겨울,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 한국으로 보내 진료를 받도록 해야겠다는 생각만 하다 실천하지 않았던 것이 심한 후회로 남는다. 사랑하는 마음은 그저 마음뿐이다. 사랑을 실천하는 것은 행동하는 양심이다. 사랑은 마음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었어야 했다. 에델슨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