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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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년, 바닥을 치고 상승할 것이라 기대했던 뷰티업계는 “이제 바닥을 뚫고 지하로 내려가고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충격적인 4/4분기를 경험했다. 주로 소형 가게 매출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일부 대형 가게는 오히려 매출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뷰티 서플라이 업계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소매업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대다수 선진국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제품을 주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미 상무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전체 소매 매출의 13%가 온라인 스토어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87%의 매출이 지금도 소매점을 통해 발생하고 있다는 말이다. 문제는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지난 4/4분기 매출이 2017년에 비해 30~ 50%까지 떨어졌다는 뷰티 서플라이가 많다니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밖에.
편집인 장현석
필자도 20여 년 전 처음 장사를 시작하면서 “도매가격"이라는 진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 뒤로는
“이 제품의 원가는 얼마지?"라는 의문 때문에 바지 한 벌 마음 놓고 사기가 어려웠던 경험이 있다.
어쩌면 온라인 스토어가 유발한 제품 가격에 대한 의심이 소비 의지를 급격히 떨어트린 것은 아닌지를
상상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니다. 2017년 전체 소매 매출은 30.4조 달러로 2016년 대비
2%나 늘어났으니 말이다.
소비자들은 분명 돈을 쓰고 있고, 온라인 스토어가 소매점 매출을 빼앗고 있긴 했지만, 소매점이
문을 닫아야 할 만큼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다. 미용용품을 사긴 사는데 사는 곳이 바뀌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한 분석일 것이다. 만일 이것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몇 가지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어디로 가서 미용용품을 사는 것인지. 왜 그곳을 선택했는지, 그곳에는 있는데 우리에게
없는 제품은 무엇인지. 그곳의 가격은 우리 가격에 비해 어떠한지 등의 펙트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코스모비즈는 지난 10년간 이 같은 변화와 예측 가능했던 사실들을 소매점 경영인들에게 알리려
노력했지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코스모비즈는 한 페이지도 빼지 않고
읽는다”는 분들도 계시지만, “양치기 소년 같다"는 비난도 들었다. 이제는 헤어 회사들의 사정도 나빠져
광고도 많지 않아 얼마나 더 발행할 수 있을지도 모를 형편이다.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지만 그래도 필자는 뷰티 서플라이업에 종사하는 모든 분께 2020년 새해에
“희망"이라는 단어를 드리고 싶다. 제품을 선택하는 방식만 조금 바꾸어도 다른 곳으로 떠난 소비자가
우리 가게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 왠지 엉성해 보이는 2세들이 확신을 가진 1세들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새로운 형태의 뷰티 서플라이를 만들어 낼 것이라는 희망.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소음공해에 시달리고 있는 소비자들이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뷰티 서플라이 매장으로
돌아와 평화롭게 쇼핑하길 원할 것이라는 희망.
최근 까지만 해도 우리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던 낭만적인 세상에서 살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현실과 사실 사이에서 갈등해야 하는 새로운 세상에 살고 있음을 느낀다. 내가 알고 있던
장사 방식이 현실이라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살 곳을 정하는 새로운 사실 속에서 현실을
고집할 것인지, 아니면 사 실을 사 실대로 받아들여 소비자 들이 변한 만큼 우리도 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복잡해 보이는 오늘이다.
변화하지 않는 마음에는 희망이 끼어 들어갈 공간이 없다. 희망을 품을 때 변화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아닐는지. 코스모비즈 독자들 가정과 일터에 2020년 새해 축복이 넘쳐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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