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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토크-천엽 이야기 [자유 게시판] 한 번은 이곳 교민 집에 초대를 받았다. 술이 한 두잔 오 고 가자 술안주로 나온 천엽의 출처가 궁금해졌다. “천엽을 어디에서 구했나요?” 일행중 한사람이 물었다. “이이가 한국에서 올 때 가져온 거에요. 냉동실에 많이 있 어요.” 와이프가 대신 답을 했다. 그렇게 해서 천엽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의 천엽이야기 를 그의 입장에서 기술한다. 어릴 적 나는 어느 섬에서 자랐다. 모두가 그랬듯이 참 못 먹고 못살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에 나는 달리기를 잘 했다. 우리 동네에서 나를 따라올 자는 없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 학교(당시 국민학교)에서 전교생을 통틀어 제일 빨랐다. 공 부는 못했지만 달리기를 잘했기에 선생님들도 나를 귀여워 해주셨다. 어느 날, 선생님이 전국대회에 참가할 ‘시도대표 선발전’ 이 육지에서 열린다며 내게 참가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 만 참가 비용은 본인 부담이었다. 당시 우리 집은 가난했다. 나는 어렵게 어머니에게 이야기를 꺼냈고 어머니는 다음날 학교에 찾아와 담임선생님을 만나고 가셨다. 어머니가 가시고 나자 담임선생님은 나와 내친구, 이렇게 두명이 참가하게 되었다며 열심히 운동하라고 말씀했다. 나 는 그때까지 배타고 육지를 한번도 나가본 적이 없었다. 육 지아이들과 달리기 시합한다는 것보다 육지로 나가본다는 것에 마음이 설레어 잠도 제대로 못 자며 손꼽아 대회 일을 기다렸다. 대회 당일 새벽, 선착장에는 배가 이미 우리를 기다리고 있 었다. 우리라 함은 나와 내 친구와 내 친구 어미니 그리고 담임 선생님 이렇게 네 명이었다. 내 친구는 당시 내게는 조 금 못 미쳤지만 제법 빠른 녀석이었다. 우리가 타고 간 배는 그 친구 아버지 배였다. 그 친구 아버지는 배를 여러 척 가 지고 있었고 내가 살던 섬의 최고 부자였다. 육지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대회장에 갔고 몸 풀 시간도 없이 벌써 우리 차례가 와 버렸다. 출발선에 서자 심장이 쿵 쾅쿵쾅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반드시 일등으로 들어가 어머니에게 기쁨을 알려야지 마음먹던 순간 출발 총성이 울 렸다. 나는 있는 힘껏 땅을 박찼다. 출발과 동시에 나는 맨 앞에 섰고 골인까지 맨 앞에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나는 결승선이 코너를 돌아 서 반대편에 있다는 것을 몰랐다. 항상 직선으로 달리는 것 만 알았을 뿐이다. 나는 결국 예선 탈락했고 내 친구는 도대 표로 선발이 되었다. 돌아오는 길, 석양이 곱게 물들어 있는 선착장에 어머니가 홀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결과를 말씀드릴 수 없었 다. 고 담임 선생님은 옆 테이블에 앉았고 나와 어머니는 따 로 앉았다. 그때 왜 따로 앉았는지 알 수 없다. 그냥 따로 앉았고 담임선생님도 같이 앉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내게 ‘배고프지’ 하며 국밥을 시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