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정윤 | 비문학
청소년과 어른 사이의 경계선에 서있는
나에게, 그리고 너에게
너는 지금 건강하니? 아 물론 육체적으로는 건
강할꺼야, 건강해보여. 내가 말하는건, 지금 너
가 ‘정서적’으로 건강하냐는거야. 대개 사람
들은 병에 걸리면 자신의 몸을 가누기 힘들어하
면서 쉽게 지치잖아, 마치 열이 39도로 끓어오
를 때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맥없이 축 늘어지는
것처럼. 오늘은 너한테 어떤 병에 대해 얘기해
주고싶어. 내가 최근에 실제로 겪었던 병이기도
한데 이 병은 기존에 알고 있던 병과는 약간 달
라. 어떠한 바이러스나 몸의 작용에 의해서 일시
적으로, 혹은 장기적으로 신체와 정신을 피폐하
게 만드는 병. 이 병에 걸리는 사람, 그리고 집
단은 무서울 것 없이 세상이 자기 것인냥 활개를
치며 그 순간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곤 하는
데, 이 병이 뭔지 감이 와? 나는 이 병을 “어른
병”이라고 불러. 머릿속에 사춘기를 떠올렸다
면, 적어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 지 이해하
고 있다는 뜻이야-어른병과 사춘기는 정말 비슷
하거든.
오늘 이 편지에서 나는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
를 조금 해보려고 해. 나는 어른병을 겪었어. 그
리고 아직도 어른병을 앓고 있는지도 몰라. 대개
어른병에 걸리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른병에 걸
렸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거든.
어른이 되기까지의 성장과정에서 우리는 아마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으면서
상처투이가 될거야. 그 부스럼을 긁을수록 상처
는 더 곪을 것이고, 우리는 약을 바르는 행동을
계속 반복해나가겠지? 즉, 어른이 되기 위해 우
리는 수많은 실수를 거듭할 것이고, 어른들의 꾸
짖음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을 거라는거. 하지만
이렇게 혼나고도 또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경우
가 허다할거라는 얘기야.
이처럼 어른이 되는 건 너무 힘든 일이야. 희
생과 노력, 그리고 적당한 아픔을 요구하는 과
정이지. 다시 내 얘기를 해볼게. 굳이 비유하자
면 나는 어른병 중증환자였어. 대개 어른병은 자
아정체성이 형성되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는 청
소년들이 ‘진짜 자신’을 탐색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생기는 ,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증상이
“청개구리”가 아닐까 싶어. 흔히들 우리 같은
청소년을 비유하는 청개구리, 그 완벽한 예가 바
로 나였거든. 말 그대로 누가 무슨 말을 하던 안
중에도 없이 그 반대로 행하는 거야. 한참 내가
어른병의 지배를 받고 있을 때 누군가의 부탁에
항상 “아니” 혹은 “싫어”라고 대답했다면
굳이 내가 언급하지 않아도 어른병이 얼마나 주
위사람을 골치 아프고 힘들게 하는지 알겠지?
어른병은 사춘기 때에 가장 많이 생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