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7 'Adult' Jun.2014 | Page 29

1. 초등학생 때, 나는 <나니아 연대기>를 읽었다. 옷장 뒤에 숨겨진 세계는 상상만으로도 너 무나 아름다웠다. 아침마다 한 번씩 나니아로 가는 문을 두드렸다. 학교에 입고 갈 옷을 고 르면서 뒷벽을 두드렸다. 동생과 그 비좁은 옷장 안에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 나니아로 가 는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우리는 그걸 ‘옷장 놀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단 한 번도 나니아의 문이 열린 적은 없었다. 그렇다고 실망한 적도 없었다. 문은 언젠가 열렸지 만, 내가 그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자리를 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2.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아예 작정을 했다. ‘오늘은 꼭 나니아를 보겠어!’ 따뜻한 옷과 비상식량을 챙기고, 동화책에 그려진 나니아의 지도도 복사하고, 시계와 손전 등을 챙기고, 화장실도 미리 다녀오는 등 아주 만반의 준비를 했다. 어차피 나니아의 시간은 우리의 시간과 다르기 때문에, 엄마에게 어디 다녀오겠다는 쪽지 를 남길 필요는 없었다. 옷장 안에서 30년쯤 살다 온다고 해도, 옷장 밖에서는 1초도 흐르 지 않았을 테니까. 나는 문을 열고 옷장에 비집고 들어갔다. 3. 5분쯤 지났을까, 다리가 저려왔다. 그러나 옷장 안이 너무 좁아서 다리를 쭉 뻗을 수가 없 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양쪽 다리를 반쯤 폈다. 찌릿거리며 피가 발가락으로 뻗어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조금 나아졌다. 시간은 정말 느리게도 흘렀다. 자세도 불편한데 나니아는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지 금이라도 포기하고 그냥 나가고 싶은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그래도 안 돼, 버텨야 돼! 오늘은 꼭 들어갈 거야!’ 하지만 어린아이가 버티기에는 너무나 지루한 시간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