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오늘 아침 급하게 나간 티가 났는데, 스킨은 옆으로 쓰러져 있고, 크림은 뚜
껑이 열린 채로 있고, 책상유리에는 하얀 분이 떨어져서 매우 지저분했다. 저걸 치워야
하는데 막 생각에서 벗어나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때 거실에서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매우 귀찮은 소리였다.
“딸~ 나와 봐.”/ “...”
“나오라고!” / “....”
“안 들려??” /“아! 가, 간다고.”
자는 척 엄마의 부름을 무시하고 싶었으나 계속 소리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결국 부
름에 응답했다. 천근만근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갔다.
“딸. 그거 있잖아. 지금 쓰고 있는 폰 말고 그전에 썼던 폴더 폰. 그거 아직 가지고 있
어?”
“그건 왜?”
“아니. 외할머니 폰이 고장이 나서 바꿔야겠는데 요즘 폴더 폰이 많이 없기도 하고,
괜히 돈들이기 뭐해서. 그 폰이 있으면 다시 개통해서 할머니 드리려고.”
“에이. 너무 오래됐는데?”
“괜찮아. 있으면 가져와봐.”
“알았어.”
나는 다시 방으로 들어갔고, 옛 물건들을 모아두는 상자를 꺼냈다. 그 상자는 책상 옆
에 있던 책장위에 있었는데 꺼내기 위해서 책상위로 올라갔다. 잠시 후 안간힘을 내며
그것을 내려놓자 상자 위에 있던 먼지가 허공에 퍼지면서 미니낙하산처럼 밑으로 내려
갔다.
“어푸푸.”
그 순간 나는 입으로 바람을 불면서 손을 내저었고 그래서 상자를 거칠게 떨어트릴 수
밖에 없었다. 상자 안에 있던 물건이 흔들리는 소리와 상자 밑이 바닥과 부딪치는 소리
가 나면 먼지가 한 번 더 피어올랐다. 나는 책상위에서 내려왔고 다음 책상위에 올려놓
은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옛 추억들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