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
일
,
때
정 은희 | 단편 소설
오늘 하루는 엉망진창이었다.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마치 첫 시작부터 깊은 늪에 빠진 느낌
이었다고나 할까. 모든 것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지금. 온몸을 꽉 조이는 불쾌함과 부끄러움은 아직도 내
온몸에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가방을 책상위로 던지고 내 몸은 침대 위로 던졌다. 팡. 몸이 침대위에서 한 번 튕긴 후 폭 이불속으로 들어
갔다. 그런 다음 두 눈을 폭 감으며 조용히 오늘 하루를 떠올려보았다.
오늘은 아침부터 짝사랑했던 오빠를 만나러 간다고 치장하고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라서 너무 떨렸고, 굉장한 도전이라도 하는 것처럼 각오를 수백 번 새겼다. 잠시 후 드디어 만난 오빠는
여전히 멋있었고 내 기억 속 아름다운 모습 그대로였다. 그러나 나는 아니었다.
“와. 너도 이제 화장해?”
그렇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오빠는 달라진 점이 없었고 나는 있었다는 것이다.
그대로가 멋있었던 오빠는 변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더욱 멋있음을 강조하였으나 나는 내가 생각해도 변화
가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방법은 화장이었다. 사실 나랑 오빠가 한참 친하게 만나고 그랬을 땐 오빠
에게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래서 고백을 못한 것도 있고, 더 큰 이유는 자신감이 없어서였다. 오빠의 여자
친구가 되기엔 예쁘지도 않고, 그렇다고 똑똑하거나 돈이 많지도 않았다. 그것이 제일 문제이리라. 나는 예
뻐지기 위해서 화장을 했다. 실제로 오빠와 사귀었던 언니가 화장을 했었다. 그래서 시작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오빠는 놀란 말투와는 다르게 생각을 파악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오빠는 그때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예뻐졌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부담스러워졌다고 생각했을까?
“우리 카페에 들어가자.”
내가 오빠를 좋아하게 된 첫 번째 이유는 내 말을 잘 들어 주어서였다. 물론 외모도 굉장히 잘났지만, 인간
관계가 무척 깔끔하고 원만했던 터라 나와 친해지는 것도 거의 오빠의 주도 하에 이루어졌었다. 그래서 우리
는 만나자마자 여자애들처럼 바로 카페에 들어가서 수다를 떨었다. 그동안 뭐하고 지냈는지, 하고 있는 공부
는 잘 되고 있는지, 남자 또는 여자 친구는 생겼는지 등 매우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수다를 떠는 가운데 오빠의 표정을 보았는데 역시나 내가 화장을 했다는 것에 어떠한 반응도 없었
다. 나는 오빠를 위해서 어려운 화장도 배웠는데, 오빠에게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비싼 화장품도 샀는데 이
것이 다 헛수고란 말인가. 그런데 그때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