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4 MISTAKE 실수 | Page 70

“오랜만에 찾은 자유인데 즐겨, 예빈이는 친구네에서 잘 거고, 나도 좀 늦을 것 같아. 알잖아, 우리 동창 수다스러운 거.” 자유를 즐기라니. 본인이 쿨한 걸까, 아니면 나를 믿는 걸까? 즐기라니. 어떻게, 무슨 의미로 즐기라는 것인가? “응, 알았어.” 나는 짧은 대답밖에 하지 않았다. 아내가 끊으려고 하는 찰나에 전화로 들려오 는 남자의 목소리. “소연아, 한 잔 하지?” 그녀는 아직 나에게 시선이 고정되어 있었지만, 그녀의 얼굴에 는 미소가 사라졌다. 찡그린 눈과 치켜 올라간 그녀의 눈썹은 나 를 비난하고 있었다. 풀려버린 긴장감과 사그라진 관심이 그녀 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녀는 나에게서 시선을 때고 짐을 챙겼다. 하나 둘씩 그녀의 주위에 대시하는 사람도 등장했지만 그녀는 아랑곳없이 일어났 다. 그녀는 코트를 입고, 옆에 있는 남자를 취급도 않는 채, 다시 한번 나에게 시선을 주었다. 우리의 눈은 한번 더 마주쳤다. 그리고 승낙하는 아내의 목소리에 나는 물었다. 난 당신뿐이다. “거기에 남자들 많아?” 그녀의 눈빛과 함께 내게 들었던 성취감은 무엇이었을까? 그 그 와중에 나의 질투란. 여기서 이러고 있는 내가 질투할 권리가 있었을까. 녀의 눈빛이 나에게 말한 것 같은 그 느낌은 무엇이었을까? 삼 아내는 많이 없다며, 술 많이 마시지 말라는 나의 말에 괜찮으니 걱정하지 말라 십대 중반인 내가, 결혼도 한 내가, 다른 젊은 남자들을 제치고 며 나를 달랬다. 그리고 늦게 들어가게 되면 먼저 자라는 말까지도 잊지 않았다. 나는 통화를 끊고 다시 앉았다. 그녀도 화장실에서 나왔다. 나는 그녀가 준 위스 키를 한 모금 마시고 아내의 얼굴이 있는 핸드폰을 다시 한번 켰다 껐다. 즐기라고. 즐기라고 했다. 아내가 분명히 즐기라고 했다. 아내도 즐기고 있었다. 남자들과 말을 섞으며, 많은 사람들과 눈빛을 나누며, 그들과 몸을 부딪히며 즐기 고 있었다. 그녀를 독차지할 수 있었던 것일까? 나는 아직도 죽지 않은 것 일까? 그녀를 가질 수 있다는 확신에 나는 얼음이 녹아 밍밍해진 위 스키를 마무리하고 핸드폰을 뒤집었다. 짐은 버려둔 채, 나는 자 리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입가에는 미소가 희미하게 띄어졌다. 나는 한 발짝씩 움직였다. 그녀는 자리에 앉아 턱을 괴고 가까 하지만 내 몸은 함부로 움직이지 않았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녀를 그저 바라 워지는 나에게 시선을 떼지 않았다. 내 뇌가 뭐라던, 내 심장이 볼 뿐이었다. 나는 나에게 미소를 짓는 저 입술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저 기 뭐라던, 내 몸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움직였다. 뻔히 후회할 것 다란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훑고 싶었다. 더 가까운 곳에서 나만을 위한 목소리 을 알면서도 내 몸은 반항했다. 내 몸의 실수로 시작된 관심이, 를 듣고 싶었다. 내 몸의 실수로 우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즐겨. 흔들리지마. 즐겨. 절대 안돼. 테이블 위에서 어쩔 줄 모르는 나의 검지 손가락과 그녀를 향한 내 눈빛과의 싸 움이었다. 나는 그녀의 시선을 뿌리쳤다. “잘했어.” 현실적인 나의 뇌가 말했다. 내 왼손은 핸드폰 화면을 켰다. 사랑스런 우리 딸, 사랑스런 우리 아내. 나에겐 그들뿐이었 다. 나는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에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나는 사진을 보 며 웃었다. 사랑스런 우리 가족. 그리고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돌려 그녀에게 향했다. 나는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 그녀를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