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L ISSUE 04 MISTAKE 실수 | Seite 60

교복을 걷어붙인 채 열심히 달리고 있다. 시선을 둘 곳은 거기밖에 없었다. 다른 말도 다들 따라 했다. 교복을 입은 녀석의 새까만 머리에 누군가가 병을 거꾸로 쏟아버렸다. 꺼낼 수가 없었다. 나는 여자애 같은 건 하나도 모르는 평범한 남자애지만, 그래도 알 하얀 셔츠에 물이 스미고 크게 웃는 소리는 어느 역인가를 지나치는 열차의 소리에 묻 수 있었다. 지금 다시 한번 눈을 마주치면. 장난이었다고 핑계를 대던가, 왜? 라고 이유 혀버렸다. 와르르 몰려나가는 남자애들. 흙먼지가 가라앉지 않은 운동장은 버려진 둥지 라도 묻던가 어쨌든 지금의 그 말에 대한 다른 어떤 말이라도 꺼낸다면. 그녀는 틀림없 처럼 허전했다. 새처럼 파드득 날아간 남자애들의 꽁무니가 멀찍이 사라졌을 즈음에 그 이 도망갈 것이다. 다시는 웃어주지 않을 것이다. 멍하니 운동장을 보았다. 화살처럼 허 녀가 일어섰다. 공을 가로질러 쏟아지는 햇빛이 금사로 짠 커튼처럼 눈부시게 드리우고. 사이사이를 누 비며 흙먼지에 뒹구는 운동화 신은 발들. 교복바지를 입은 녀석의 무릎 아래로 걷어붙 그 애들은 새였고, 운동장은 버려진 둥지였다. 우리들은 버려진 둥지의 잔해를 밟으며 이고 있던 교복의 바지가 쑥 떨어졌다. 뿔뿔이 흩어지는 흙먼지를 밟으며 걸음을 옮겼다. 시합은 끝났다. 나는 앞서 걸어가는 여자애의 등 뒤로 버려진 나의 둥지를 흙 묻은 발로 뭉개며 걸었다. 그녀는 새였고, 문 “아.” 득, 그저 그렇게 부스스 날아갔다. 시합이 끝났다. 나는 문득 그녀와 다시 웃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실수. 그냥 그렇게 치부해 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고백도, 시합도, 두 사람의 입에서 동시에 작은 탄성이 나왔다. 그녀는 급히 표정을 추스리고 나를 향 전부 다. 해 고개를 팩 돌렸지만, 나는 차마 보았다. 보아버렸다. 나는 말없이 웃었다. 그녀의 얼 굴에 떠오르는 난처한, 조금 서글픈듯한 무표정. 나는 버려진 둥지가 되어 뭉뚱그려진 나의 첫사랑을 몰래 묻었다. “역시 눈에 띄었지……. 교복이니까.” 그녀는 눈을 깜박인다. 나의 무엇을 재려는 듯이 한참 그 시선이 서성이며 나를 훑는 다. 나는 어깨를 으쓱, 하고 턱으로 운동장 쪽을 가리키며. “저 봐, 다시 걷는다. ……저럴 거면 벗고 하면 좋으련만.” 그제야 그녀가 웃는다. 실은 나를 신경 쓰는 거야. 라고 뽐내듯 말한다. 나는 그게 뭐 야, 하고 그녀의 등을 툭 치며 웃었다. 시합이 다시 재개되었다. 나도, 그녀도 다시 말없 이 시합을 지켜보았다. 눈이 시릴 만큼 파란 하늘, 나부끼는 검푸른 나무 그림자, 우유 를 부은 것 같은 구름은 하늘의 가장자리, 산꼭대기와 맞닿는 곳에 듬성듬성 걸려 있는 날. 흙먼지, 지긋한 햇살. 그리고 그 남자애의 바지가 주르르 흘러내리던 순간. 그리고 단 한번도 본 적 없는, 괴로운 탄식을 내뱉던 그녀의 표정. 그 순간의 그 애. 흘러내린 바지와, 까만 머리와……. 시합이 끝났다. 교복바지의 남자애가 그렁그렁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