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 뒷목을 긁었다. 그리고 그녀는 이번에는 그늘 아래에서, 햇빛을 받지 않아도 찬란한
지 옆에 풀썩 앉아버렸다. 스커트 제대로 정리하고 앉아! 라고 한 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미소를 지으며 하얀 이빨을 드러낸다. 그 미소는 몇 번을 보아도 찬란한 보석 같아서
정작 그녀는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나를 곁눈질하며 똑같이 허공에 곤지곤지 잼잼, 을 하
햇빛에 얼굴을 찌푸리면서도 어느 쪽에 눈이 부신 것인지 잘 판단하지 못하기도 했다.
고 있는 것이다. 나는 손을 내리고 이번에는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예쁘다는 말 보
그리고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이라도 그녀가 웃고 있으니까 아무래도 좋잖아, 라고
다는 살아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소년처럼 말똥말똥한 눈이나 표정이 크게 드러나는 입
적당히 넘겨버리고 부신 눈 위로 손을 받쳐 그늘을 지으며 얼른 그녀가 몸을 숨긴 수돗
은 보는 사람 누구나 웃을 수 있게 만든다. 거기에 행동으로 말하자면 그것은 크로키,
가의 그늘로 뛰었다.
한 순간에 담아내는 것에 집중하지 않으면 금세 다른 표정, 다른 모습으로 바뀌어서 가
장 아름다운 순간은 담지 못하게 되어버린다.
여름이었다. 더웠다. 체육복은 반바지였지만 교복은 긴 바지였고, 반팔 셔츠인 하복 안
쪽에 살이 비치지 않도록 반팔 티셔츠를 하나 더 입고 있어서 그늘마저도 찌는 듯이 더
웠다. 심지어 공사로 물도 나오지 않는 수돗가에는 바람조차 들르지 않아서 차라리 바
람이라도 쌩쌩 불던 층계의 햇볕 속으로 다시 들어가 버릴까 라고도 한참을 고민했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제 막 승부에 불이 붙기 시작한 축구시합을 계속해서 보고 싶은 듯
했다. 심판도 없고, 그라운드의 구분도 없이, 먼지가 이는 모래 위에서 검은 무늬가 지
워지기 시작한 더러운 축구공만을 노리고 달리는 아이들은, 심지어 팀의 구분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골이 들어가면 누군가는 환호했고, 공을 빼앗기면 땀이 방울 진 얼굴은 구
겨진 시험지처럼 찌푸려졌다. 그러다 문득 시합을 하는 남자애들의 다리 중, 교복바지
그녀는 여전히 주먹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내 쪽은 바라보지 않고 있었다. 나는 문득
그녀가 나를 돌아보게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졸려서 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
았다. 손을 뻗으면, 어깨를 잡을 수 있을까? 그녀의 말대로 사람이 새였다면, 그녀도 새
처럼 날아가지나 않을까? 파드득…… 파드득……. 그것은 아마 아직 녹아 내리지 않아준
참을성 있는 내 뇌세포 중 하나의 마지막 유언이었던 모양이다. 이후로는 어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그녀 쪽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녀는 내 시야에 자신을 담아주
었다. 끝없이 바라보고 있어도 괜찮을 정도로 그녀는 단 한 순간도 같은 모습은 보여주
지 않았다. 허공에 손을 흔드는가 하면 다리를 까딱거리고 있고, 이내 그 움직임에 맞춰
즉흥적으로 콧노래를 부르다가 소리가 너무 컸다고 생각하는지 뚝, 노래를 멈추고 두리
를 걷어붙인 다리가 보였다. 다들 체육복을 입고 있는데, 그 녀석만 교복이라서 눈에 들
번거리며 주위를 살핀다. 눈이 마주치면, 킥킥거리는 웃음을 더위에 빨개진 볼에 묻으
어왔다. 어쩌면 생각한 순간부터 보이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