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은행
할아버지 죄송해요
아니야, 우리 할아버지가 아니야
말했던 내 사춘기가 가슴에서 철썩 때린다
진도에서 갯벌내음과 파도소리를
죄책감이 집게발처럼 나를 쿡쿡 아프게 한다
품고 할아버지께서 올라오셨다
이젠 곁에 안 계시는 할아버지
첫 손녀인 나를 무척이나 아꼈던 할아버지
보고픈 마음에 친구들과 놀고 있는
문방구로 나를 데리러 오신 할아버지
. ... . .
*
바다 위 하얀 구름처럼
하늘로 걸어가버리셨나
용서를 빌고 싶은데
너희 할아버지야?
이젠 잘 해드릴 수 있는데
친구들의 비웃는 소리
왜 소중한 건 지나고 깨닫는 걸까
저 멀리서 갯벌냄새 발자국을 새기며
꿈속에서도 구부정한 허리로
걸어오시는 할아버지
밀물처럼 내게 밀려와
갯바위처럼 깡말라서
달빛처럼 웃고 가신다
나는 소라게처럼 숨고 또 숨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