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B Magazine_Jan_2023_Mobile | Page 90

│STORY│ 특별기고

미성상사 김병철 사장님 퇴임 송별의 말

BY 라성원 / PEACOCK HAIR INC 대표
미성 아프리카와 인도네시아 가발 공장에서 50년을 근속한 김병철 사장님의 퇴임을 맞아 , 가발 업계의 누군가가 송별의 말을 해야 한다 생각이 들어 자천 했습니다 . 만들어 보내주시는 분들이 있어 받아 팔며 우리 공동체가 함께 먹 고 살아왔습니다 . 그러니 저희 입장에서는 오십 년 수고에 대해 고맙다는 말 , 수고하셨다는 말을 드려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
사장님의 은퇴로 1세대 가발업 주인공들이 일군 생산과 공급의 메커니즘은 이제 거의 끝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 그 세대에 공장과 시장은 상황 이해를 공
세네갈 산업훈장 수상
유하며 가능한 생산 총 케파 안에서 가격 대비 뛰어난 품질의 가발을 공급하 여 , 한인들이 전 세계 가발 사업을 이끌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 이 제 그 선한 카르텔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 품질을 포기한 가격 , 대량 생산 , 생 산되는 총 수량이 소화될 저가 공급이라는 굴레에 빠져들었습니다 . 가발업의 H & M과 유니클로화를 꿈꾸는 세대를 향하여 ‘ 품질을 포기하면 가발은 싸구 려 모자와 다름없다 ’ 고 누군가는 말했습니다 . 김병철 사장님은 가발의 품질이 가발의 가격에 우선함을 주장하는 낭만적 시대의 마지막 노병이었습니다 .
자카르타를 떠나 수카부미 미성 공장으로 오르는 길은 좁고 협착합니다 . 왕복 2차선 산길을 굽이굽이 , 승용차와 화물차 사이를 오토바이들이 점으로 이어 주는 행렬을 따라 서너 시간 오르면 닿는 곳입니다 . 허리가 무쇠여도 끊어져 나갈 듯 덜컹거리는 길을 셀 수 없이 오르내린 김병철 사장님과의 마지막 동 행은 지난 10월이었습니다 . “ 장로님 , 함께 이 길을 오르는 마지막일 수 있겠네 요 .” 뒷좌석에 타고 있던 나는 허리 굽혀 조용히 물었습니다 . “ 허허 , 그럴 수 있 겠네요 . 고마웠습니다 .” 이렇게 서로를 헤아릴 수 있는 담백한 사이여서 좋은 분이셨습니다 . 지난 2년 전립선에서 시작된 암을 안고도 꿋꿋이 현장을 지켜 오신 사장님은 암세포가 뼈로 전이되자 의사 권고를 따라 치료와 휴식에 집중 하기 위하여 정든 일터를 떠나 고국으로 들어가실 계획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
미성이 자카르타에 있을 때도 , 헤드 쿼터를 수카부미로 옮겨 가서도 사장님 의 큰 관심사는 공장의 환경이었습니다 . 업의 특성상 여공이 많고 , 그 많은 여 공들이 출근하고 퇴근하며 바라보는 공장의 정경이 아름답고 정겹기를 바라 시며 조경에 많은 관심을 보이셨고 그 덕분에 어느 공간에 세워지든 미성은 방문자의 입장에서도 아름다운 공간이었습니다 .
니나 ( 미성 ) 수카부미 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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