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LINES ISSUE 10 'YOU' | Página 69

너에 대한 첫 번째 상상화 김경모 해먹을 감고 풀어헤치는 모습들이 어느새 멀어져 뇌의 조각조각이 되는 날이면 어쩔 수 없이 상상화를 그린다. 반추동물처럼 꼭꼭 씹어 천천히, 천천히 구겨진 지도를 펼치는 듯. 더듬더듬. 몽상가처럼 거뭇거뭇한 얼굴들을 되새기다 잊혀 질 법한 그림자를 잡아내어 남긴다. 자취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은율의 손 떨림. 팔레트에 물감을 찍어 붓의 다리를 천천히 매달았다. 공중부양의 그녀는 마치 북극의 빙하를 지탱하는 깊숙한 부력이었다. 도화지에 가득 채우는 무게중심은 액자마저 버티지 못했다. 허공으로 밀린 푸른색 서걱임은 떼를 지어 떠도는 펭귄들처럼 잊혀 질 불길함에 추락한 배 속에서 이리저리 돌고 돈다. 이것이 상상화를 그리기 위한 물감들의 마지막 자화상이었다. 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