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Lines Issue 09 SPARK | Page 66

사랑하고, 의지할 것이 없어 오로지 불꽃만을 멍청하게 사랑해왔다. 그 는 초점 없는 눈으로 알코올램프에 의해 끓고 있는 용액이 담긴 비이커 를 손에 들고는 냄새를 맡아 보았다. 기분이 몽롱해졌다. 그는 폐용액이 담긴 통을 바라보았다. 그는 충분히 주의사항을 숙지한 숙련된 화학도였다. 그는 아직 심지에 불이 붙어있는 알코올램프를 통 안으로 집어 던졌다. “빨-리-놀-아-볼-까.” 원상의 중얼거림 이후 꽃이 피었다. 꽃은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더니 화 룡(火龍)으로 솟아올라 원상을 휘감았다. 그는 그 와중에도 실험복을 입고 있었다. 그는 두 팔을 벌려 화룡을 껴안았다. 그가 만든 자랑스러 운 것이었다. 그가 만든 ‘새로운 불꽃놀이 논문’과 달리 빼앗길 수 없 는 것이었다. 그의 기억들이 화룡 속에서 서서히 떠올랐다. 논문 마감일에, 그의 논문에서 그의 논문엔 그의 이름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선배는 논문 마감 이후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동기들은 그 를 외면했다. 교수들은 그의 논문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렇다. 그는 그 저 순진한 바보였을 뿐이다. 주변의 모든 이들이 그의 꽃을 짓밟았다. 생애 처음으로 엄마에게 손을 벌려보려, 어리광을 피우려 연락을 취했 지만 그녀는 그를 없는 사람 취급을 했다. 그녀는 오랜만에 나타난 아 들을 경멸하며 새로운 아들을 치마폭에 숨겨 그를 보호했다. 그의 불꽃 이 마침내 후욱, 꺼져버렸다. 그 누구도 원상을 꼭 껴안아 주지 않았다. 오로지 지금 그의 눈앞에 있 는 화룡만이 그를 안아주었다. 그가 용을 껴안았을 때, 그의 꽃은 다시 금 푸른빛을 되찾았다. 그 누구보다도 차갑고 냉혹한 푸른빛으로 변해 버렸다. 아니, 얼어붙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 와중에도, 그의 몸만큼 은 누구보다 뜨거웠다. 그는 부디 자신을, 자신의 꽃을 잊어주지 않기 를 바라며 용을 타고 날아올랐다. 다만 자신을 이 길로 이끈 ‘마법의 주문’은 간직한 채였다. 이전에 그 의 꽃이 재가 된 것처럼, 그 자신도 실험실에서 하나의 재가 되었다. 아이는 찾지 못했다 겨울바람에 쓰러지지도 넘어지지도 불꽃 : 이명진 | 시 그렇다고 식어버리지도 않는 들꽃을 못난 들에서 거친 들에서 봄 되고 가을 되고 못난 들에서 거친 들에서 들꽃을 찾겠다던 아이를 나는 찾지 못햇다 매서븐 오늘은 꽃이 하나 더 는 듯 싶다 64 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