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Lines Issue 09 SPARK | Page 54

스러져가는 황예린 단편소설 “아직 십대잖아요. 내면에 존재하는 불꽃 을 태워보라는 거죠! 열정을 쏟아내도 두 려움이 없는 나이, 바로 여러분을 칭하는 말 아닌가요?” Background Graphic Design by TV를 껐다. 흥분에 차 얼굴이 붉게 달아오 른 스타강사는 더 이상 화면에 보이지 않 았다. 젊은 나이를 운운하며 무엇이든 도 전해보라는 말 따위를 장황하게 늘어놓던 스타강사도, 그 말에 잃어버린 꿈을 되찾 은 마냥 상기된 얼굴을 하던 앳된 방청객 들도, 모두 어리석다는 생각뿐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Jinwoo Lee 나도 저런 때가 있었다. 인생의 찬란함을 믿었던 순진무구한 시절. 주위 어른들의 띄워주던 예의 치렛말에 속아 뭐라도 될 것이라 생각했던 그 옛날. 어린아이가 내 뱉은 허황된 꿈에 부모님은 아무런 타박 없이 웃어넘겨 주셨고, 선생님이 으레 해 주시는 별것 없는 칭찬에 어깨가 으쓱했고, TV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며 나도 언젠가 저렇게 떵떵거리며 살 것이라, 결코 평범 한 인생은 살지 않으리라 그리 다짐했던. 나 자신은 다른 누구보다도 특별한 인생을 살 것이라,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 그리 굳 게 믿었던 그런 시절이, 내게도 분명 존재 했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초등학교 시절 8 절 도화지에 예쁘게 그려 넣은 미래의 나 는 아무렇게나 구겨져 쓰레기 소각장 어 딘가에 굴러다니고, 해 질 녘까지 아이들 로 가득 찼던 어린이 놀이터에는 낙엽들 만이 쓸쓸히 자리를 채우고 있을 테지. 어 린 시절 함께 시간을 보내던 친구들은 뿔 뿔이 흩어진 채 서로 바빠 연락도 주고받 지 않으며 주변을 둘러보면 어느새 서로 를 견제하는 경쟁자만이 득실댄다. 언제 나 웃어주실 것만 같았던 선생님은 어떠 한 기준에 매여 학생들을 대하실 뿐이었 고, 끝까지 내 편일 거라 굳게 믿었던 부 모님마저 언젠가부터 나를 보면 한숨밖엔 짓지 않으셨다. 그러나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무엇 이, 어째서 잘못된 것인지, 이유 따위 생 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저 으레 해왔듯이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참고서를 펼치고 펜을 쥐면 되는 것이다. 때때로 졸음이 밀 려오면 볼을 꼬집어서 잠을 쫓기도 하고, 배가 고프면 일을 나가신 엄마가 식탁 위 에 올려놓았을 이만 원을 쥐고 집 앞 편의 점에 나가 야식을 사 오겠지. 그렇게 시간 을 보내다가 새벽이 되면 쥐었던 펜을 놓 은 뒤 짧은 잠을 꿈도 꿀 새 없이 마치고, 일어나서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아 같은 일 상을 반복할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루하루 바쁘게 살아가겠 지. 가슴 속의 불꽃이 아직도 활활 타오르 고 있는지, 아니면 벌써 그을음뿐이 남지 않았는지는 모른 채 그렇게. 52 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