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째
불꽃
조제이
단편소설
창가 옆자리에 앉아있으면, 언제나 펑펑 터지는 폭죽 소리가 아득하게나마 들
렸다. 그래서 그곳은 언제나 나의 지정석이었다. 뛰어내리려는 사람들을 굳건히
붙들어놓기 위한 금속의 스테인리스 창살 사이로 고요한 밤하늘에 꽃들이 흩뿌려
졌다. 창살을 사이에 두고 상반된 두 세계의 풍경이 너무나 달라서, 가끔은 묘한
기분이 들었다. 학교는 쥐 죽은 듯이 조용해서, 숨소리마저도 귀에 거슬리는 곳
이었다. 연필이 마구 종이 위를 긁어내려 갈 때마다 쥐가 종이를 갉아먹는 소리
가 났다. 내가 보기엔 그 행동들은 필기라기보다는 강박적인 정신병들에 가까워
보였고, 그들이 남겨둔 형체를 알 수 없는 문자들은 바로 그 증거였다. 침묵은 그
어느 것보다 강력한 소음이 되었고, 어둠뿐인 현실은 환상을 덮었다. 그러면 그
럴수록 불꽃들이 간절해졌다. 꽃으로 가득 찬 머리가 제대로 돌아갈 리 없었다.
작은 균열은 큰 구멍을 만들었고, 엄청난 물들이 쏟아져 나와 출렁출렁 내 머릿
속을 채웠다. 머리가 울렁거려서 다른 생각을 하기 힘에 부쳤다.
애석한 말이지만, 어제도 한 명이 죽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사인을 자살이라
고 했다. 사람들은 그녀를 두 번째 사망자라고 불렀다. 창문은 모두 겹겹이 창살
로 막혀있으니, 그녀는 아마 옥상에서 자살한 것 같았다. 그녀 덕분에, 마지막 탈
출구로 거론되던 옥상은 굳게 잠겼다. 이제 옥상에도 스테인리스 창살이 생겨날
것이다. 다시 한 번 폭죽이 터졌다. 어째서 지금 당장 불꽃을 보러 갈 수 없는가
가 의문이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보지 않으면 불꽃은 영영 꺼져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드르륵 의자를 밀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처음으로 쥐들의 소리가 아닌 소음이
생 겼다. 천천히 나를 돌아보는 사람들과 한 명씩 눈을 맞췄다. 흐릿한 초점이
정처 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새하얀 분필 가루가 겹겹이 쌓인 사물함을 짚고 한
발씩 앞으로 나갔다. 문을 열었다. 겨우 문하나 사이로 가로막혀 있었을 뿐인데,
복도에서는 교실과는 다른 냄새가 났고, 축축하고 차가운 바람이 불었다. 조금씩
머릿속 물이 빠져나갔다.
처음 발을 밖으로 뻗자 그다음부터는 쉬웠다. 나는 지금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그대로 앞을 향해 달렸다. 옥상으로 가는 길은 한 번도
가본 적 없었지만, 본능적으로 몸이 옥상으로 내달았다. 옥상 문은 예상했던 것
처럼 굳게 잠겨 있었다. 옥상 문손잡이를 잡고 흔들다가, 대충 눈에 들어오는 소
화기로 사정없이 손잡이를 내리쳤다.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면서 손잡이가 떨어
져 나갔고, 문이 열렸다.
한 발짝 발을 내디뎠다. 어느 순간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천천히 감았다가
뜬 눈앞에는 창살 사이로 보이던 불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화려한 불꽃이
있었다.
그대로 불꽃이 화르륵 타올라 나를 안았다. 누구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