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꽃
처
럼
김경모
/
시
반딧불이가 파르르 떨던 푸른 밤.
장작을 메고 가던 소년이
눈동자보다 짙은, 저수지보다 깊은
그 길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캉캉거리는 개들과
그렇게 첨벙이던 물수제비의 원들은 어디로 갔나.
보이지 않는 그 이중의 밤에 고요함에
또르르 소년은 돌멩이 하나, 굴렸다.
혼자였다.
밤도 소년도 돌멩이도그곳은 단지 밤이 꾸는 꿈.
깊이 파고드는 잠꼬대는 저곳에 닿을 듯
장작은 그렇게 올라 깨울 준비를 한다.
성냥을 그었다.
불꽃은 타오르는지 마는지
알 수 없는 하나의 잿더미가 되어
살갗이 떨어지는 장작으로 달려든다.
움츠러든 손이 펴지는 듯.
그 주위를 돌고 도는
성냥 재들의 마지막 불꽃놀이.
움츠린 연기가 달밤의 호흡에 닿을 때까지
올라가고 올라가서
던져진 장작더미가 홀로 내리지 않기를.
귀뚜라미가 파르르 떨던 깊은 밤.
소낙비는 내렸다.
꺼진 모닥불은 이내 식어버렸지만
밤도 소년도 돌멩이도
남기고간 불꽃에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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