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Lines Issue 09 SPARK | Page 10

태초의 불꽃 신들의 불을 훔쳐 달아난 그 날부터 둘러 앉아 손에 불을 쪼이던 때부터 우리는 죄인이었다 불 속에 삶의 일부를 던져 넣기 시작한 순간부터 박지수 | 시 그렇게 불길을 나누기 시작했을 때부터 우리는 끝도 없이 어둠에 파 먹힐 간 하나 내어 놓고 살아 온 거다 이제는 불을 다루는 법에 꽤나 익숙해졌다 가스레인지를 한 손으로 끄고 키는 법을 안다 살아도 살아도 죄 짓지 않고는 추운 역사였다 끝없이 태양에게 파먹히는 밤이 매일 다시 오듯이, 세상 모든 낮은 곳이 불길 닿는 아랫목이듯이 달빛 아래 어디라도 면죄부를 사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티 없이 가난한 죄가 서성이는 밤이었다 차예은 단편소설 10 김강산 일러스트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