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 알게 되었다. 그래야 나중에 일이 생겨도 뒤처리가 용이하 여기서 그녀가 화를 내거나 과격하게 몸을 뺀다면 물러서는 것
기 때문이다. 그녀도 마찬가지다. 일단 운을 띄워보았다. 걸리 이 옳다. 괜히 성추행이니 하는 소리를 안 들으려면. 그녀의 반
면 좋고 아니면 마는 거다.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던 그녀가 입을 응은 예상대로였다. 자기 입으로 뭐든지 하겠다던 여자 아니었
앙다물며 대답을 했다. 나. 움찔 하긴 했지만 그녀는 그대로 있었다. 조금 더 손에 힘
“뭐든지요. 사장님이 계약만 해주신다면 정말 뭐든지 다 할
게요.”
을 가해보았지만 반응은 동일했다. 빙고. 맥주잔만 만지작거
리고 있던 그녀의 손을 잡았다. 최후를 느낀 초식동물의 반응
“뭐든지라. 생각 좀 해보죠.” 이 이럴까. 그녀는 손을 빼는 대신 천천히 고개를 들어 나를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물고기가 미끼를 건드린다 볼 뿐이었다. 뭐든지 하겠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이걸 감지하
고 바로 낚아챘다간 놓쳐버리는 게 낚시다. 제대로 물 때까지
고 있던 것 같은 움직임이었다.
기다리고 참아야 한다. 어차피 답답한 건 상대방이니까. 내가 생각보다 쉽긴 했지만 어차피 이렇게 될 거라는 걸 알고 있
결정을 내리지 않자 그녀가 더 안달이 난 모양이다. 그녀가 몸 었다. 만지작거리던 손을 들어 날 보는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을 일으키더니 내 옆으로 왔다. 드디어 물렸다. 올렸다. 그 동작이 무얼 뜻하는지 그녀는 아는 모양이었다. 그
“술 한 잔 받으세요.” 녀가 눈을 감았다. 속눈썹이 유난히 길어 그녀가 귀엽고 섹시
“아니, 안 그러셔도 되는데.” 해 보이는 거 같았다. 감은 눈 안에서 그녀가 많은 생각을 하
일부러 놀란 척 모션을 취하자 그녀가 좀 더 적극적으로 움 는 듯 눈꺼풀이 심하게 움직였다. 눈꺼풀의 움직임에 따라 그
직여왔다. 이제 조금 남았다. 난 천장을 보며 깊은 숨을 내 뱉
었다.
“정말 부탁드릴게요.”
녀의 속눈썹도 바르르 떨었다.
“정말 괜찮아요? 이렇게라도 해서 계약을 해야 하냐고요?”
마지막 기회를 제공했다. 어차피 여자는 많다. 굳이 이 여자
“잘 되는 쪽으로 고려해보죠. 좀 편하게 해요, 우리.” 가 아니라 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건 아마 떨리
그러면서 그녀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마지막 테스트였다. 는 속눈썹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58 August 2017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