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POINT LESSON
특별함으로 가득한 바캉스 섹스
더워도 너무 덥다. 여름이니까 더운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하다. 에어컨이나 선풍기의 반
경에서 벗어나는 순간이면 거짓말 좀 보태서 살이 익을 것 같다. 평소라면 짜증을 냈겠지만 지금은
괜찮다. 왜냐고? 조만간 휴가를 갈 거니까. 휴가를 가면 섹스를 할 거니까. 그것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섹스를 할 거니까. 누가 하게 해준대? 이곳에서라면 몰라도 휴가지에서는 가능하다. 원래 휴
가지의 섹스는 섬씽 스페셜한 거 알면서.
면 처음 사귄 연인들이 첫 섹스를 하는 가장 주된
루트가 ‘여름휴가를 떠나서’였을까. 평소라면 죽
자고 치마를 움켜쥐던 처자도 여행지에서는 치마
를 방치하는 이유가 다 거기에 있다. 만약 당신이
중년의 섹스리스라면 이번 휴가를 놓쳐선 안 된
다. 지금 당신이 새로운 연인과의 밀회를 즐기는
남자라면 꼼꼼하게 계획 짜는 건 필수다.
이를 먹는 게 안 좋다는 건 누구나 다 안다. 금, 극심한 교통 정체, 수시로 밀려드는 요구 사항 해운대가 좋다가도 싫은 이유
이것저것 안 좋은 거 투성이지만 그중에서 들로 인해 즐겁지 않은 순간들을 무수히 겪어온 우리나라에서 여름 휴가지로 첫손에 꼽히는 곳은
가장 안 좋은 건 갈수록 설렘이 사라진다는 거다. 까닭이다. 솔직히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사람이 누가 뭐래도 부산 바닷가, 그중에서도 해운대다.
소풍 전날의 설렘으로 잠 못 이루던 초등학교 시 그런 걸로 설레한다면 그것도 좀 우습긴 하다. 사 가 본 사람은 안다. 해가 지면 해운대 모래사장이
절, 예쁜 여자 짝꿍을 만날 수 있어 두근거렸던 실 객관적인 지표들만 놓고 본다면 크게 설렐 건 커다란 부킹 명소로 변한다는 사실을. 젊은 것들
중학교 시절, 생애 첫 미팅을 앞두고 심장이 멎는 없다. 딱 하나 있다면 그건 밤에 벌어지는 그 일이 은 젊은 것들끼리, 늙은 것들은 늙은 것들끼리 서
것 같았던 고교 시절의 추억들은 박제가 된 지 오 다. 집에서도 안 하던 일을 굳이 거기까지 가서 하 로 추파를 보내는 그 진풍경은 인간의 본능이 얼
래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이런 설 겠냐는 우문은 사절이다. 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새삼 느끼게 한다. 그렇게
나
렘들이 흐려진다는 게 진심 마음 아프다. 그나마 여행지에서의 섹스는 평소 우리가 알던 그 모 만나서 모텔로, 호텔로 찾아들어가는 것은 이제
남은 거라곤 여름휴가를 기다리면서 느끼는 설렘 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이 비밀 축에도 못 끼는 일이다. 덕분에 성수기 해운
정도랄까. 안겨다주는 마법 같은 섹스, 그게 바로 여행지에 대 숙박업소의 가격은 부르는 게 값인, 소위 말하
서의 섹스다. 이건 젊건 늙건 다 해당된다. 오죽하 는 시가로 책정되는 것이다.
물론 예전 같지는 않다. 휴가지에서의 바가지요
38 August 2017 S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