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전선 이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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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 살수록 힘든 게 삶이란 녀석인 것 같다. 뭐 하나 쉬운 게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닫는 요즘이지만 그렇다고 마
냥 낙담한 채 살아갈 수도 없는 노릇. 산이 깊으면 물이 맑다거나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게 마련이라는
옛말을 은신처 삼아 살아갈 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삶의 여정 중간 중간에 소소한 기쁨이 기다리고 있다는
거다. 힘겹게 운전하다 만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사먹는 핫바나 호두과자 같은 걸까. 암튼 힘이 든 건 사실
이다. ‘괜찮아 잘 될 거야’라는 노랫말을 자신도 모르게 흥얼거리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겠지. 냉정하게 따져보
면 이것도 마감 증후군에 속하는 일이 분명하다. 이렇게 투정하다가도 마감만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해
지니 말이다. 그래도 이번 달 마감은 좀 낫다. 왜냐고? 이번 마감만 끝내고 나면 그토록 기다리던 여름휴가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가슴이 벅차오른다. 아, 이번엔 어딜 가지? 필리핀, 홍콩, 중국, 하와이, 괌 등등
은 돈이 없어서 안 되고. 제주도, 부산, 동해안 같은 곳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싫은데. 어, 그럼 어디 가지? 설
마 지난여름처럼 집안에 틀어박혀 휴가 내내 뒹굴 거리는 건 아니겠지.
여러분은 어쩌실 건가요? 멀리 떠나실 건가요? 부럽기 그지없습니다. 갈 때 가더라도 저희 책은 버려두고 가
지 마세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나 홀로 집을 지키기엔 너무 뜨거운 책이잖아요. 까짓 얼마나 무겁다고. 그냥 여
행 트렁크 싸실 때, 구석 한편에 몰래 집어넣어주시면 되잖아요. 나중에 유용하게 쓰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럴
일은 없다고요? 세상일이란 게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게 아니거든요. 부푼 마음으로 떠난 여행에서 홀로 독수공
방할 수도 있는 게 인간사랍니다. 악담 하냐고요? 그래요. 악담이에요. 여행도 못가고 방콕 해야 하는 제 심정
을 니들이 아세요, 흑. 괜스레 여름휴가가 싫어지는 오후입니다. 평생 마감이나 하며 살 것 같은 오후기도 하고
요. 나 왜 이렇게 슬프지, 흑.
JULY 2017
발행호수/제22권 제7호(통권 258호)
발행일/2017년 6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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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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