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봐야만 했다. 나갈 수도 없고, 머물
수도 없는 난처함이 나를 에워쌌다. 그녀가 다 마시기를 기다
렸다 입을 열었다.
“저 이제 가볼게요. 화장 지우고 자요. 괜히 얼굴에 트러블
생기면 안 되니까.”
“흠, 완전 자상하네. 이런 남자들만 우리 가게에 오면 얼마
나 좋을까.”
“자상하지 않아요. 그냥 하는 말이니까. 이제 정말 갈게요.”
장해요.”
어젯밤의 그녀였다. 갑자기 전화한 것도 그랬지만 북엇국 먹
으러 내려오라는 말투가 마치 오랜 친구에게 하는 것 같아 더
벙쪘다. 말을 잇지 못하자 다시 채근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빨리 와요. 보아하니 자고 있었나 보네. 이 닦고 세수하는
데 10분이면 되죠. 기다릴 테니 어서 와요. 나도 속 쓰린데 꾹
참고 끓인 거니까 안 오면 알죠?”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끊기는 전화. 엽기적인 그녀라는 영화
“저기요. 전화번호 뭐예요?” 가 절로 떠오르는 여자였다. 실소를 짓긴 했지만 나 역시 북엇
“전화번호는 왜요?” 국이 간절한 건 사실이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고 의관을 정
“고마워서 그러죠. 전화 줘봐요.” 제한 후 12층으로 갔다. 벨을 누르자 바로 문이 열렸다. 헐렁
억지로 뺐다시피 내 핸드폰을 가져간 그녀가 번호를 누르더 한 박스티, 짧은 반바지에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을 지닌 여자
니 내게 돌려준다.
“멀리 안 나가요. 나 너무 피곤해서. 헤헤.”
그렇게 그녀의 집을 나섰다. 참 삶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언뜻 머리를 스쳤다. 나나 그녀나 먹고 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
가 나타났다. 어제 그녀와는 전혀 다른 인상을 지닌 여자였다.
혹시 잘 못 온 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뭐해요? 누가 따라오기라도 해요. 왜 그렇게 두리번거려
요?”
구나 싶었다. 씻지도 않고 침대에 몸을 던졌다. 얼마나 잤을 “아니, 어제랑 너무 달라져서 다른 집에 온 건가 해서요.”
까? 요란스레 전화가 울리고 있었다. 받아보니 누군지도 모를 “어제보다 오늘이 훨씬 예쁘죠? 제가 화장 지우면 더 예쁘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요? 괜찮으면 내려와요. 북엇국 끓였으니 같이 해
58 July 2017 SPARK
단 소리를 들어요. 원체 타고난 미모가 훌륭해서. 하핫.”
“아직 술 안 깬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