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exhibition, Pale Blue Dot 2018palebluedot | Page 70

park ye rang 박예랑 [email protected] 부끄러움 말 그대로 캔버스 하나하나가 하나의 문제이다. 가르치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돈을 받고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나의 교육철학에 충실할 수 없다. 그래서 이 부끄러움은 첫째로, 교육의 현실에 염증을 느끼면서도 실제로는 똑같은 가르침을 줄 수밖에 없는 나에 대한 부끄러움이다. 둘째로, 이 부끄러움은 학벌주의에 대한 경계이기도 하다. 직업에 귀천이 없듯 학벌에도 귀천이 없으며 어떤 경우에도 학벌만으로 사람을 낮잡아 보아서는 안 될 텐데, 한국사회에는 아직 이러한 인식이 견고하게 자리잡지 못한 듯하다. 올해 불법촬영 사건으로 SNS가 떠들썩해졌을 때 어떤 학우가 쓴 글을 읽게 되었다. 페이스북에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모두 지방대 출신이거나 고졸이라는 글이었다. 그 학우는 정확히 ‘개잡대 새끼들’이라는 표현을 썼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람이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이 진심으로 부끄러웠다.